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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춥게 지내는 음료수에게 털모자를!

벌써 올해의 마지막회 글을 쓸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기쁜 일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이십대의 마지막 해(-.-)인만큼 무언가 기분좋게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소개했던 영국의 과일음료회사 이노센트(innocent)사의 깜찍한 ""슈퍼할머니(supergran)""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Innocent는 브랜드 이름에서 느껴지듯 방부제, 향신료등이 포함되지 않고 100% 과일로 만든 스무디, 주스 등의 순수 과일음료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맛이 좋은 음료이기도 하지만 지난번에 소개한 것처럼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사용하여 회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 순수하고 귀엽고 유머감각이 있는 친구-의 이미지를 패키지, 라벨에서부터 광고, 회사건물,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친근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Innocent의 대표적인 음료인 스무디(smoothie : 물을 섞지않고 과일을 갈아만든 약간 걸쭉한 과일음료). 기본 맛 외에 계절마다 제철과일을 사용한 특별음료를 선보인다. 오른쪽의 재료는 병 패키지의 뒷부분에 들어가는 정보로 친근하고 알기쉽게 설명되어 있다. 사과 함유량 몇%, 바나나 약간 등 사무적이고 딱딱한 일반적인 함유량 표현대신, 갈은 사과 3개 반, 으깬 바나나 반개 등 자세하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화할 때 쓰는 말투를 사용하였다.

몇년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Innocent는 이러한 다짐을 제품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런저런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들로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두가지가 ""fruitstock""과 ""supergran"" 행사이다.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꼈지만 막상 잘나가던 회사들을 과감히 그만두고 맨주먹으로 과일음료 회사를 시작할 자신이 없었던 세명의 대학친구들은 런던의 한 음악축제에 자판대를 만들고 그때까지 개발한 스무디를 판매하였다. 판매대 앞에 두개의 쓰레기통을 놓고 한 통에는 ""yes"", 다른 한통에는 ""no""라고 써붙인뒤 음료를 사마신 고객들에게 ""우리가 과연 회사를 그만두고 이 스무디를 파는 사업을 시작해도 좋을까요? 그만큼 맛이 있나요?""라고 묻고 ""그렇다""고 생각하면 ""yes""통에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no""통에 빈 음료통을 넣도록 했다고 한다. 하루도 안지나 ""yes""통이 가득차 그 다음날 바로 사직서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재미있는 회사의 설립 이야기(founding story)는 이제 영국 비즈니스계에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기념하고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매년 여름에는 신예 음악밴드들이 자신의 곡을 선보일 수 있는 음악축제 ""프룻스탁(fruitstock: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 페스티벌 ""우드스탁"" 등에서 이름을 따왔다.)""을 하이드파크에서 무료로 열고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정말이지 Innocent만의 깜찍하고 기발한 발상이 아닐수 없는 ""수퍼할머니(supergran)"" 자선캠페인을 꼽을 수 있겠다. 항상 추운 냉장고에서 덜덜 떨고있는 Innocent 음료수들을 따뜻하게 해줄 엄지손가락만한 털모자를 손뜨개로 떠서 입히는 아이디어라니. 정말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엽다. Age Concern이라는 노인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속한 할머니들이 직접 털실과 뜨개바늘을 사용하여 모자를 만들어 Innocent에 보내면 이를 플라스틱 소재의 Innocent 스무디병에 끼워 거래처 중에 두곳인 샌드위치 체인점 EAT과 슈퍼마켓 체인점인 Sainsbury""s에서 판매한다. Innocent, Sainsbury""s, EAT측은 이 털모자를 입은 Innocent 한 병이 팔릴 때마다 50p(900원정도)를 Age Concern에 기부한다. 런던 등의 대도시에서는 특정일에 이들 매장의 한켠에 Innocent 모자를 만들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여 뜨개질이라고는 한번도 안해본 초보자더라도, 친절한 안내원의 가르침에 따라 제공된 뜨개바늘, 털실 등을 사용하여 직접 Innocent음료수용 꼬마모자를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한다.


따뜻한 모자를 쓰고있는 Innocent 스무디

그냥 일방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일을 한 대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Age concern측에서도 훨씬 좋아한다고 한다. 뜨개질이라면 자신 있는 할머니들인만큼 같이 모여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할 수 있는 모자 만들기는 인기도 만점이다. Age Concern에 속해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누구나 자신의 모자를 만들어 보낼 수 있는데(수익금은 모두 Age Concern에 돌아간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올 여름 Age Concern 할머니들께 뜨개질 바늘을 나눠드리고 이번 겨울 175,000개의 모자를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벌써 이를 훨씬 넘겨 220,000개가 넘는 털모자들이 배달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Innocent사에서 제대로 준비하기도 전에 고객들이 정성이 가득 담긴 모자들을 짜서 보내기 시작했다고 하니 요즘 사회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프로슈머(prosumer)의 한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기존의 175,000개를 팔아도 220,000파운드(2억원) 넘는 기부금이 모이는데, 과연 얼만큼 모일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된다. Age Concern은 수익금으로 따뜻한 담요, 전기장판등을 필요한 노인들에게 제공하여 이분들의 월동준비를 도와준다.


슈퍼할머니 캠페인의 시스템을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왼쪽)과 현재까지의 모자생산개수를 설명하는 hatometer(오른쪽).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일관성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단어를 재미있게 연결하여 hatometer(hat -ometer), nolhk(number of little hats knitted) 등의 측정단위 단어를 새로 만든 것 또한 돋보인다.



Innocent용 모자를 뜨고있는 할머니의 모습과 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한 중학교의 학생들


회사 웹사이트에 가면 Innocent drink용 모자를 짜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앞에서 스무디 함유량을 설명하는 것처럼 알기 쉽고 친근하면서 설명되었다. 또한 곳곳에서 Innocent 특유의 유머감각도 느낄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먼저 첫번째 단계로 ""라디오 4를 켠다.(Tune in to Radio 4.) :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이 BBC4이다."", 마지막 단계로 ""모자 위에 귀여운 방울을 달아주세요. 만약에 방울이 없으면 우리한테 연락하면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방울을 보내면 우리가 기꺼이 달아줄께요. (당신의 모자에 딱 어울릴 예쁜 색으로 고를 것을 약속합니다!(Sew a little bobble onto the top of the hat. If you don""t have any bobbles, get in touch with us and we""ll send you some. Or just bobbles and we""ll happily sew them on for you. (We promise to choose a nice colour that will suit your hat.)) 다 완성된 모자를 Fruit Tower(주 : Innocent회사 건물 이름)로 우리한테 보내면 저희가 이 겨울에 냉장고에 있는 우리 귀여운 음료병들을 따뜻하게 하는데 사용할께요.(Send your hats to us here at Fruit Towers, and we""ll use them to keep our little bottles warm in the fridge this winter.)) 라고 쓴 설명서를 읽고 있으면 마치 친한 옆집 아주머니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듯하다.

평상시에도 고객들과의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는 Innocent사는 이번 ""슈퍼할머니(supergran)"" 행사에서도 자신이 만든 미니 털모자의 사진과, 모자달린 Innocent 음료를 구입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연출한 다양한 사진들을 보내도록 했다. 모자를 인형에 씌우거나 핸드폰에 끼우는 등 재치있고 창의적인 발상이 많이 돋보인다. 맛난 주스를 마시면서 좋은일도 하고, 덩달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모자를 쓴 Innocent 음료를 슈퍼마켓에서 구출해와 집 냉장고에 애완쥬스(^^)로 모셔놓는다면 냉장고를 한번 열때마다 친구가 있는듯하여 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 독특한 사연과 디자인의 모자들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추위와 싸워 이기자(fight the freeze)""라는 제목으로 만든 슈퍼할머니 캠페인동영상의 일부. 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


슈퍼마켓 Sainsbury""s 진열대에 주르륵 놓인 털모자를 쓴 Innocent 음료들


샌드위치 체인점 EAT 진열대에 샌드위치 사이에 끼어 진열된 Innocent


매주 그 주의 최고 모자를 뽑는 Hat of the week에 선정된 모자들. 이들 모자를 보내준 사람들이 직접 지어보낸 이름또한 재미있다. 왼쪽은 ""Hat upon a hat"", 오른쪽은 ""All about the Angels""


왼쪽 ""Suits you"", 오른쪽 ""Mr Duck and Mr Bear""


위 ""The Classic bubble"", Sommerset 지방에 사는 모녀가 350개나 만들어서 직접 배달한 모자들 중 세개, 아래는 ""The David Hattenborough Collection"". 캔터베리(Canterbury)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과 곤충 시리즈이다. 각각 쥐, 무당벌레, 꿀벌. 


위 : ""The tortoise and the spider"", 아래 : ""Bunny, Humpty Dumpty, Chick, Lady Bird and Strawberry""


할로윈 기념 ""Hat of the shriek""


여러가지 형태의 모자들. 아래 왼쪽은 ""Knit""s a beauty"" 시리즈. 다리까지 달린 귀여운 양 모자는 정말 앙증맞다.

모자를 쓴 Innocent를 구입한 고객들이 재미있는 방법으로 연출한 뒤 Innocent사로 보낸 사진들. 음료를 마시고 그 회사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브랜드 경험(experience) 효과도 가져다 준다.

올 한해도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즐겁게 한해 마무리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일어나는 황금돼지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관련 웹사이트 : www.innocent.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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