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유명한 메르체데스 사의 타이포를 만든 디자이너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만한 듯 하면서 예의 깍듯한 레이디를 연상시키는 메르체데스 별아래 놓여 있는 타이포 "Corporate A.S.E." 를 만든 쿠르트 바이데만이라는 디자이너를. 그가 직접 얘기해 줬던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그가 벤츠사에 그의 디자인에 대해 1억을 요구했을 때, 벤츠사에서 그까짓 별 하나와 글자 "Mercedes Benz" 12자의 알파벳 디자인에 너무 황당하지 않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다. 이에 그는 그동안 몇개월간 그가 이 별과 하우스 타이포를 개발해 내기 까지 모아진 엄청난 스케치 종이 더미를 내밀었다 한다. 이에 대해 벤츠사 측은 더이상 할 말이 없었음은 당연하다.
그를 간접적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직접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2002년 뮌헨의 한 아뜰리에에서의 6주간의 디자인 실습과정에서였다. 정규 디자인 대학 과정을 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한 내게 이 실습과정에서 첫 두달은 정말 힘든 기간이었다. 가장 힘든 것으로는 어려운 독일어 문어체로 된 디자인 전문서적을 독파해서 세미나를 하는 것이었다. 이때 읽어야 만 했던 책 중 타이포 디자인에 대해 내가 가장 빠저 들게 된 계기가 되고 짧은 기간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책은 바로 쿠르트 바이데만의 하드 커버로 된 엄청 두껍고 무거웠던 "Wo der Buchstabe das Wort f?hrt. (Where the alphabet the word leads)" 라는 책이었다. 한국에 번역되어 나와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유럽에서 선도적인 위치의 타이포그래퍼이며 디자이너로 인정되고 있는 80이 넘은 고령의 쿠르트 바이데만은 벤츠사 외에도 스위스 수퍼마켓 체인 coop, Shell, Merck, Deutsche Bahn(독일 국영 철도 회사), Porsche 자동차 사의 로고 타이포 디자인을 해낸 사람이다. 지금도 그는 독일 내의 수많은 디자인 포럼의 강연자로 초청을 받아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알려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