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그 해 계획을 세우게 된다. 개인은 개인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그 해의 주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느라 연말, 연초는 늘 분주하기 마련이다. 올해 영국 디자인계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행사중 하나가 ""Dott 07""이다. ""Designs of the time(이 시대의 디자인들)""이라는 뜻의 약자인 Dott는 디자인이 우리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10년짜리 프로젝트이다. 이 중장기 프로젝트의 첫해인 2007년을 맞아 Design Council과 영국 북동쪽의 지역자치단체(Regional Development Agency) ""One North East""가 주체하는 ""Dott 07"" 프로젝트가 지역주민들과 디자이너들의 참여아래 올 한 해 동안 추진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저번주부터 학교와 관련된 프로젝트 등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Dott07 로고. 약자의 발음처럼 단순한 빨간 점 안에 dott 07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Dott 07 운영위원회가 활동할 보금자리는 지금은 다 쓰러져가지만, 1829년에 세계 최초로 로켓 증기기관차를 만들어 명성을 날렸던 뉴카슬의 한 옛 공장건물이라고 한다. 그 당시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일으킨 계기가 된 증기기관차가 발명되고 만들어졌던 곳에서, 지금은 창조혁명(creative revolution)을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이곳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로는 Dott 07 프로젝트의 약간은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캐치 프레이즈인 ""누가 당신의 삶을 디자인합니까?(Who designs your life?)"" 라는 질문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증기기관차처럼 혁신적인 물건들이 발명이 되고 디자인되면서 현대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인류의 삶이 훨씬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것들 외에 너무 많은 제품들이 디자인되고 생산되면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낭비를 초래하고 있진 않은지? 이 Dott 07 프로젝트는 자꾸 새로운 물건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것보다, ""물건보다 사람이 많은 세상(A less-stuff-more-people world), 지구환경을 고려한 디자인과 이를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을 일년 동안 재조명해보는데 그 의의를 둔다.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주제는 Dott 07의 프로그램 디렉터가 ""Doors of Perception""의 디렉터이자 2005년 Design Korea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존 타카라(John Thakara)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디자이너, 발명가, 기술자들이 모여 디자인에 관련된 새로운 주제와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연구하는 지식 네트워크인 단체인 ""Doors of Perception""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 뉴카슬에 있는 The Robert Stephenson Centre, 웅장하며 다소 삭막해 보일 수 있는 장소 곳곳에 미팅공간, 스크린 등이 보인다.
Dott 07은 개선될 여지가 있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1) 건강과 복지(Health and wellbeing), 2) 식품과 영양(food and nutrition), 3) 학교와 커뮤니티(school and community), 4) 에너지와 환경(energy and environment), 5)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광사업(sustainable tourism), 그리고 6) 이동성과 접근성(mobility and access) 이렇게 여섯 가지 주제가 건축, 제품, 그래픽, 산업, 서비스 디자인 등 모든 디자인 분야를 어우르는 프로젝트들을 통해 다루어진다.
주제에서 느낄 수 있듯이 Dott 07에서 알아보는 디자인의 역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업적인 디자인의 의미에서 많이 벗어나 좀더 넓은 의미의 사회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각각의 주제에 초점을 맞춘 Dott 07 프로젝트들은 아래에 간단하게 몇 가지 소개하였다.
1. Urban Farming : Middlesbrough라는 지역의 곳곳에 공간을 마련하여 학교, 지역커뮤니티, 기업에서 자신들이 직접 과일,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도시 농장에서 길러진 과일, 채소 등은 음식물 센터(Meal Assembly Centre)라고 불리는 주방처럼 만들어진 장소에서 같이 요리해서 나눠먹을 수도 있게 하여, 공동체의식도 높일 수 있다.
2. Low carb lane : 집들이 대부분 오래되어 에너지활용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영국의 가정집들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탄소 방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특히 전기, 가스 등의 에너지요금이 가정수입의 10%가 넘는 저수입 가정들을 주요타겟으로 하여, Northumberland 지역의 한 주택가 거리에 위치한 집들을 우리나라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쇼홈(showhome)으로 만들어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한다.
* Low carb lane으로 선정된 주택가 거리
3. The DaSH(Design and Sexual Health) :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영국은 유럽국가들중 십대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그중에서 Dott 07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북동쪽 지방의 십대출산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성관계로 옮게 되는 질병율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인 팀은 기존의 성관련 질병에 대해 교육하고 진료하는 곳들이 일반 젊은이들이 거리낌없이 방문하기에 약간 꺼려지는 장소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여, 좀더 쉽게 접근 가능한 최초의 성적 건강 서비스 디자인(sexual health service design)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였다. 우선 게이츠헤드 지역의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시범구역으로 정해, 이 시스템을 요청하는 사람 누구나 48시간 안에 성병에 감염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스크리닝(screening)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서비스 디자인의 최종목표이다.
4. The Move Me : Scremerston과 Northumberland 지역에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작은 시골마을간의 교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하고자 한다.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수단과 자가용 같은 개인교통수단을 어떻게 하면 최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이곳의 유동인구들이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찰한다.
5. OurNewSchool : 영국 정부의 ""미래를 위한 학교짓기(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 계획의 일환으로, 북동지역의 한 학교를 선정하여 시범적으로 ""디자인랩(design lab)""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시범학교의 성공여부를 평가한 후 앞으로 십년간에 걸쳐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교에 ""디자인랩""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Dott07 해당지역의 중학생들은 ""ECO Design Challenge""라는 대회를 통해 실무 디자이너들과 자신들의 학교환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 대회를 위한 준비는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 저번주부터 84개교에서 시작되었다. Dott07의 대주제가 환경과 많이 관련된 만큼, 전기, 물 등의 에너지 사용이라든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학교안팎의 환경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을 제품이나 서비스, 방법/시스템, 규제 등의 다양한 형태로 그 결과물을 도출하게 하여, 디자인의 영역이 제품 등의 어느 한쪽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학생들에게 깨닫게 한다.
학생들에게 Dott 07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캐릭터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이미지로 표현하였다.
6. Alzheimer 100 : 디자인을 통해 치매 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는 간호원들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간호원들이 작성한 미디어 다이어리를 통해 실질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결과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디자인된다.
7. Sustainable tourism
전세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Dott 07행사지인 영국 북동지역에 모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관광사업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이다. 21세기형 B&B(Bed & Breakfast의 약자로 영국에서 전형적인 숙박형태), Wi-fi 유스 호스텔, 농업-관광(agri-tourism), 극한 스포츠 자연공원(extreme sport nature parks) 등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디자인이 관광업을 유지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올 한 해 동안 Dott07 관련 행사가 많이 있을 예정이지만 그중에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10월에 뉴카슬/게이츠헤드에서 열릴 The Dott Festival 이다. 2주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 행사는 한 해 동안 이룬 Dott 07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기에서 배운 점을 토대로 다음번 Dott 09에서 다룰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Dott 프로젝트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에 지역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하고,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를 열어, good design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일반인들이 경험해 보도록 하는데 주 목적을 둔다고 한다. 앞으로 2년마다 타지역으로 옮겨가며 개최하여 궁극적으로 전 영국인들에게 디자인 혁신이 국가의 문화, 경제, 사회적 성공에 기여하는 무엇인가로 인식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니 시발점이 될 올해의 Dott 07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 관련 웹사이트
http://www.dott07.com/
http://www.doorsofperception.com/embed.php?_dott.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