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보다 보면 가끔 이것들을 누가 제일 처음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 물건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발로 페달을 밟아서 뚜껑을 자동으로 열 수 있는 쓰레기통이다. 쓰레기를 손에 들고 있어서 손으로 뚜껑을 열 수 없는 상황이거나 아니면 뚜껑을 맨손으로 만지기가 꺼림직한 상황에서 아주 유용한 발명품이다. 이러한 뚜껑을 발로 페달을 밟아서 열 수 있는 쓰레기통은 1939년 덴마크의 홀거 닐슨이 발명하였다.
그가 발명한 쓰레기통 회사인 VIPP의 쓰레기통에서 욕실용품까지 브랜드 전략의 변화를 VIPP 카탈로그를 바탕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홀거 닐슨의 아내인 마리 닐슨은 미용실을 하고 있었는데 머리를 자르면서 손에 가위와 빗을 든 상태에서 쓰레기를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편이 발명하였다고 한다. 그가 발명한 빕 페달 쓰레기통 (Vipp pedal bin)은 곧 히트 상품이 되었고 미용실뿐만 아니라 특히 병원 등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창업자인 홀거 닐슨이 1992년에 세상을 뜨고 그 딸인 예테 에겔룬드가 회사를 물려 받았을 때는 단지 쓰레기통 한 품목만을 만드는 조그만 회사였다. 회사는 현금 유동성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덴마크의 유틀란드 변두리에 있던 공장 설비는 낡아서 효율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이미 수도 없이 많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회사는 낡고 효율이 떨어진 시골의 공장을 폐쇄하고 제품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하였다. 다행히도 높은 품질의 생산 능력을 갖춘 하청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회사의 본사는 유틀란드의 시골마을에서 코펜하겐으로 이전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시골마을 근무를 기피하던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회사는 디자인과 상품 판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주로 미용실, 병원, 식당, 치과 등 위생상 손으로 쓰레기통 뚜껑을 만지는 데 거부감을 가지던 업소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일반 가정을 제품 판매의 대상으로 확대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제품의 디자인, 상품 카탈로그, 광고, 상품라인 등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물론이다.

Vipp은 여러 디자이너를 신규 채용하고 또한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디자인 기업으로써 변모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주로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빕 쓰레기통의 디자인에 착안하여 그에 짝이 맞는 디자인 용품들을 차례차례 내놓는다. 이 회사의 제품라인 확장을 보면 한꺼번에 여러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변모한 것이 아니라 몇 년을 두고 하나하나씩 조금씩 제품 라인을 확장해 나간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1997년에 화장실 솔을 쓰레기통 디자인과 어울리도록 내어 놓고 그 후 차례차례 물비누케이스와 욕실 수건 등으로 제품을 늘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산업 디자이너와 섬유 디자이너를 채용하게 된다.

차례차례 제품을 늘려나간 회사는 현재는 여러 종류의 욕실 용품을 생산하는 욕실 용품 전문회사로 성공적으로 변모하였으며 제품 판매처를 덴마크에서 전세계로 확장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동안 회사는 매년 40%이상씩 성장하게 되었다. 얻어진 수익의 대부분은 신상품 개발에 투자한다고 한다.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없기 때문에 투자의 대부분은 디자인 개발에 투자된다. 제품의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은 쓰레기통 생산회사에서 욕실용품 디자인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모한 VIpp의 브랜드와 디자인 전략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