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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st Century Man” directed by ISSEY MIYAKE

 지난 3월 30일, 올해 3월 개관 1주년을 맞은 21-21 DESIGN SITE에서 의상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가 기획을 맡은 전시, ‘XXI c.-21世紀人’이 열렸다.
모두 11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품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전시장의 동선에 따라 ‘공포에서 희망으로-‘라는 일련의 스토리가 이번 전시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floor map by Dui Seid

<Dragon> by Tim Hawkinson
지하의 전시스페이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거대한 용의 드로잉이 눈에 들어온다.
Tim Hawkinson의 이 작품은, 작가가 다양한 드로잉의 실험을 하던 중, 단편적으로 생겨난 비늘, 발톱, 눈 등의 각각의 이미지를 한 장으로 이어 붙여 완성시킨 콜라주.
미야케씨는 이번 전시의 기획단계에서 세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dragon이다. 평소, 버려진 박스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작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Hawkinson. 이번 작품은 나뭇가지를 이어 만든 봉에 포장용 나이론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우연이 만들어 냈다고는 믿기 힘든 섬세한 형태 (용의 머리부분)

“내 작품의 발상은 언제나 우연이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 언제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용은 창조의 생물임과 동시에 파괴의 생물이다. 매우 풍요로운 반면 무너지기 쉬운 풍경이기도 하며, 굶주린 짐승이기도 하다. 용은, 우리들이 매일 직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도전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을 것 이다. 최대의 도전이란, 그렇다, 지구를 구하고, 지키는 것이다. (Tim Hawkinson) ”

<Pizza Kobra> by Ron Arad
앞서 소개한 dragon에 이어 미야케씨가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세 작품 중, 두 번째 주인공인 ‘Pizza Kobra’. 나선형의 이 조명기구(steel, aluminum, finish: chrome)에 대해 그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차세대 아트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전의 메인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야케씨의 설치작품- ‘21세기의 신화’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안내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Photo by Nobuyoshi Araki

Ron Arad + Pizza Kobra : Photo by Nobuyoshi Araki

“21세기의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의 오랜 시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쾌적함과 기쁨이 아닐까.
신체적인, 정신적인, 그리고 지적인 기쁨. 어떤 이에게는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는 순간이기도,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환경을 배려한 새로운 자동차이기도, 새로운 장르의 예술이나 의복일 수 도 있다.  훌륭한 소설이나 음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이다. 필요한 것의 의미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Ron Arad)”

<21세기의 신화> by Issey Miyake
dragon, pizza kobra를 지나 어둑어둑한 공간으로 발을 옮기면, 이번 전시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의상 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의 설치 작품, ‘21세기의 신화’가 만들어 내는  공간이 펼쳐진다.
‘공포’를 테마로, 창조와 파괴를 상징하는 용과, 고야, 마티스 등의 회화 속의 여성들을 모티브로 한 8명의 여신상이 긴박감과 불안. 그리고 희망으로 설명되는 현대인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 사용된 소재는 모두 종이. 미야케씨의 브랜드 PLEATS PLEASE ISSEY MIYAKE의 제조공정에서 사용된 종이를 8명의 여신들의 몸과 의상으로 재이용하였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숲과 여신들의 몸짓은 모두 미야케씨와 함께 그의 스태프들-16명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제작 한 것. 장대한 스케일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Photo by Masaya Yoshimura / Nacása&Partners Inc.

Photo by Masaya Yoshimura / Nacása&Partners Inc.

지성, 부드러움, 자연과의 공존을 나타내는 세 여신.
Photo by Masaya Yoshimura / Nacása&Partners Inc.

“현대의 우리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전래동화와 같은 형태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마타노오로치 (八岐大蛇:일본의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머리와 꼬리가 8개 달린 뱀)와 여덟명의 여인들. 프란시스 드 고야의 회화에서 본 듯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금방이라도 떠내려 갈 것 만 같은 위태위태한 여인과 그녀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여인.
마치 앙리 마티스의 회화에서 그대로 밖으로 나온 듯,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듯 한 세 여인도 있다. 책을 손에 든 여인은 知의 상징. 비둘기와 함께 평화와 사랑을 염원하는 여인. 나비가 날아드는 닥나무를 손에 든 여인은 생명의 원천을 나타낸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Issey Miyake)”

<Stickman> by Dui Seid
이번 전시의 총 구성을 맡은 Dui Seid의 Stickman은, 와지(和紙)를 만들고 남은, 버려진 닥나무의 가지를 자연의 형상 그대로 이어 붙여 만든 작품이다. 인물의 표정이나 전체적인 형태에서, 이어서 소개하게 될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조금도 변형시키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나뭇가지로 만들어낸 형태와 함께, 조명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에서 작가의 치밀한 계산을 엿볼 수 있다.

Photo by Masaya Yoshimura / Nacása&Partners Inc.

Dui Seid + Stickman : Photo by Nobuyoshi Araki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하게 된 스틱맨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굳은 신념을 가지고 당당히 서 있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Dui Seid)”

<Standing Nude Youth> by Isamu Noguchi
이번 전시의 기획에 있어서 미야케씨가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세 작품 중, 그 마지막이 바로 이 드로잉이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서있는 그림 속 그의 몸 안에는, 표정에서는 알 수 없었던 힘있는 선이 기운차게 흐르고 있다.
물론 21세기인-이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전시의 전체적인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사실 이번 전시 소식을 듣자마자 후다닥 록본기로 달려간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드로잉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nendo의 사토-오오키씨의 토크쇼 *_*)
인간 본연의 내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Cabbage Chair> by nendo
노구치씨의 작품을 지나면, 디자이너 사토-오오키의 ‘nendo’가 만드는 공간이 펼쳐진다. 
이번 기획전에서 nendo에게 던져진 테마는, 앞서 21세기의 신화-에서도 사용 된 플릿츠 가공 후 버려진 종이의 재사용-과 더불어 ‘21세기의 새로운 디자인방법’.
소재와 테마가 미리 정해져 있던 이번 작업에 사토가 내린 결론은, 지극히 심플한 형태의 의자를 만드는 것 이었다. 겹쳐진 종이를 말아, 밑부분은 고정, 윗부분부터 종이를 쪼개어 밑으로 내리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자잘하게 주름 잡힌 종이 기둥은 보는 것 만으로도 안락함이 느껴지는 의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Photo by Masayuki Hayashi

“디자인은 요리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재료를 건네 받고, 능숙하게 조리를 시작한다. 먹게 될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 메뉴를 정하고 양을 조정하고, 테이블의 이미지에 맞게 접시라고 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 요리를 보기 좋게 담아낸다. 얼만큼 어깨에 힘을 빼고, 유연한 의식으로 이 요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감각으로 매일의 디자인작업을 하려고 ㄴ노력하고 있다.
오늘의 손님은 미야케 잇세이씨. 그리고 플리츠지(紙)라고 하는 흔치 않은 재료를 건네 받았다. 오랜 시간 푹 끓여 깊은 맛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 받은 재료는 선도가 생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최대한 원시적인 처리를 하도록 하자.
완성되었을 때, 샐러드보다도 더욱 심플한, 생 야채를 그대로 접시 위에 올려놓은 듯 한, 과연 조리라고 할 수 있을지-의 경계선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21세기인의 의자일지도? 라는 예감은, 미야케씨가 미팅 중에 말씀하신 ‘이제부터의 인간은 의복을 입는 것 이 아닌 탈피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말에 작지만 확실한 대답으로 변했다. (Oki Sato)”

<THE WIND> by Dai Fujiwara + Issey Miyake Creative Room
후지와라 다이+ 미야케 잇세이 크리에이티브 룸의 합작으로 만들어 진 THE WIND는 유명한 청소기 브랜드 DYSON의 제품을 부품 하나하나 모두 분해, 그 부품을 의상디자인의 요소로 접목시킨 디자인 프로젝트이다.
작품들은 2개의 부스로 나뉘어져, DYSON A-POC의 제작공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용된 부품과, 의상 디자인으로 접목되는 과정의 종이패턴이 전시되어 있었다.
부품을 이용한 다양한 아이디어 및 디자인프로세스가 즐겁다.

<Monocycle> by Ben Wilson
한발자전거는 19세기말 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두발자전거의 유통에 의해 언제부턴가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자전거’라고 하는 시점에서 궁극의 심플함을 추구하는 형태야말로 한발자전거가 아닐까- 라는 디자이너의 고집으로 완성된 모노사이클.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시작의 정원> by Yasuhiro Suzuki
유일하게 실외에서의 전시를 진행한 스즈키 야스히로.
그는 공기에 반응하여 그 모습을 변화시키는 ‘물’이라는 존재에 주목하고, 열전도율이 높은 동 파이프로 만들어진 나뭇가지 안으로 부동액을 순환시켜, 그 순간 맺히는 이슬이 파이프의 바깥부분에 물방울로, 또 그 물방울이 모여서 고인 물 위에 떨어질 때 생기는 파장은 나이테가 되는 과정을 연출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에너지의 순환, 환경과 생명의 리듬, 공기와 물, 시간과 공간을 을 표현한 작업이다.

Photo by Masaya Yoshimura / Nacása&Partners Inc

sketch

<밝은 내일로 출발이다> by Koutaro Sekiguchi
이번 전시의 최연소 참가자, 세키구치 코-타로의 작품 ‘明るい夜に出発だ(밝은 밤으로의 출발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저 맨손을 움직이는 방법 하나 만으로 조형물로서 새롭게 탄생시키는 그의 작업에 즐겨 사용되는 재료는 신문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에 공작 숙제를 위해 부모님께 배웠던 방법이라고.
신문지와 박스테잎을 재료로, 나무를 타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높이 7미터의 이 거대한 한그루 나무는, 스케일과 함께 극적인 디테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를 둘러 보는 내내 참여한 크레이에터들의 작업에 대한 애착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새로운 의욕을 가지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미야케씨가 기획의 순간부터 무엇보다도 중요한 개념으로서 표현하고자 했던 테마- 파괴와 창조. 그는 에너지, 자원의 낭비 등으로 인간 스스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작업들 중에서도, 더 이상 쓸모 없어진 폐지에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가구로서의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준 nendo의 사토 오오키, 버려진 신문지로 거대한 조각을 탄생시키는 세키구치 코우타로 등, 21세기를 짊어진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작업들은 ‘낭비’라고 하는 오늘날의 문제점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 아닌 새로운 제안이라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의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 더불어 보다 탁월한 제안을 위한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야 말로 21세기의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과 동시에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관련 사이트
21-21 design sight
http://www.2121designsight.jp/index-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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