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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태어나는 시간-Peter Markli + Jun Aoki

지난 6월부터 오는 8월3일까지 동경 근대 미술관, MOMAT의 2층, 갤러리-4에서 ‘건축이 태어나는 시간-Peter Markli + Jun Aoki’전이 열리고 있다.
동경 근대 미술관은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곳 중 하나.
바쁘게 움직이는 마루노우치 오피스가 바로 옆 기타노마루(北の丸)공원, 그리고 그 안의 근대미술관에는 언제나 느릿느릿 여유로운 시간이 흐른다.

동경 근대 미술관

건축을 테마로 한 전람회는 오래 전부터 기획되어 오고 있지만 이제껏 완성된 건축의 대용물로서 모형이나 도면의 전시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회화나 조각 등의 전람회와의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결과’로서의 도면이나 모형, 혹은 사진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전문가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볼만한 전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전시가 되고 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기획자는 건물의 일부를 실제 스케일 그대로 재현하거나, 영상물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전시방법을 연구하지만, 이거다! 싶은 전시방법은 아직까지 본 기억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동경 근대 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기획전은 매우 의욕적이었다.
건축이 태어나는 시간- 이라는 타이틀 대로, 일본과 스위스를 대표하는 두 명의 건축가가   머리 속의 아이디어에 형태를 붙여나가는 프로세스에 전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완성된 모형이나 도면 등은 보이지 않는 대신, 100여 점의 스터디 모형과 300여 장의 드로잉이, 하나의 건축물로서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 바로 건축이 태어나기까지의 시간을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왼쪽부터 Peter Markli, Jun Aoki의 아뜰리에

아오키 준 건축 사무소 재직시절,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을 담당하기도 했던 니시자와 테츠오씨가 총 계획을 맡은 전시 스페이스는, 크게 전시장 중앙의 아오키의 모형들을 양 벽면의 메르클리-의 드로잉이 둘러싸고 있는 구성이다.

전시장 전경 Photo by Keizo Kioku

전시장 전경Photo by Keizo Kioku

먼저 아오키 준의 전시를 살펴보자.

와이어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유기적인 형태의 ‘섬’들 위에 주택’M’의 설계를 위한 스터디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 모형에는 시간 별로 1에서 20까지의 넘버링이 되어있어, M이라고 하는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의 아오키의 사고과정을 따라 자연스럽게 보는이들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다.
그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동안, 프로젝트가 직선적으로 발전되었다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가며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전혀 관계 없는 방향으로 튀어가기도 하는 과정에서 최적의 대답을 찾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오키는 당시 주택M의 핵심으로 탑과 같은 형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첫 번째 전시대에는 탑과 같은 조형의 모형이 4,5점 올려져 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번호에 따른 아오키의 메모들)
/1/
주변의 주민들은 높은 건물이 서는 것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아이디어는 일단 폐기.”
주택 M의 초기 형태



/2/
그렇다면 달리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시행착오.
 (중략)
/5/
중정을 두는 것 은 어떨까.
주택 전체를 하나의 카메라로 보고 중정을 렌즈로 하자.
방 안에서 반사경에 비춰진 하늘이 보인다.
장치적인 주택. 장치적인 것은 이제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 될 지 전혀 알 수 가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


/5⇒6/
건물의 높이를 최대한 낮출 경우, 카메라 안(案)의 매력이 발휘된다.
그러나 클라이언트는 “지나치게 낮다. 평범한 창이 필요하다.” 라는 의견.
카메라 안을 버려야 할지 고민 중.
하지만 지금은 좀더 전개해 보고 싶다.
/6/
 옆집의 벚나무 가지를 피해 건물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보자.
렌즈로서의 중정도 함께 둥글어진다.
/6⇒7/
 창문도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내는 조작으로는 불가능.
잠시 보류.

시행착오와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반복되는 메모들.
그리고 메모들과 함께 하는 형태. 새로운 가능성.

 

건물의 중심부를 뚫어 중정을 만드는 안(案), 카메라와 같은 형태. 옆집의 나무와의 조화를 고려한 외벽..다양한 발상이 태어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나타난다.
그 사고의 프로세스는 A->B-> C의 절대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A,B,C의 사이사이에 아오키의 직감이 숨어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이나 채광상의 문제 등에 대한 이론과 형태, 그리고 그것에 대한 건축가의 시적인 상상력. 이 모든 것들의 상호과정을 거쳐 주택 [M]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는 것 이다.

최종 단계 20번의 모형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있다.
중정이 없어졌지만 건물이 간결해졌다. 드디어 이 주택이 가야 할 길을 찾은 듯 하다.

주택 M의 최종 모델

Photo by Keizo Kioku

 

Photo by Keizo Kioku


아오키의 생각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메르클리의 드로잉이 있는 벽면과 가까워진다. 어린아이의 낙서 같기도, 그림책 속의 일러스트와도 같은 300여장의 드로잉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드로잉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 은 파사드에 관한 것들 이었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을수록 다양한 형태, 색, 구성, 텍스쳐 등의 조합이 수많은 드로잉 안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인간의 지각에 대한 탐구이기도.
시각의 법칙을 따라, 인간이 건축을 보고 느낄 때의 시선의 움직임, 감각,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그만의 실험인 것 이다.


그가 평소의 작품에서 사용하는 건축언어는 상당히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그 언어에 의한 조합에는 한계란 없으며, 그의 드로잉은 그 무한함 안에서 최적의 단 하나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대지를 그리고, 그 위에 하나의 볼륨을 만든다. 색은 회색으로,
그 위에 작고 붉은 볼륨을 포개면, 파사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혹은 모양을 넣는다면? 각 볼륨끼리의 균형에 변화를 줬을 경우엔?
그는 요소의 무한한 조합과의 싸움에서 다양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파사드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맡은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의 창고를 매일같이 넓혀가고 있는 것 이다.

전시장 한 켠의 메르클리의 스터디 모형은, 아오키의 모형들에 비해 매우 추상적이다.
모두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한 모형이지만, 하나하나 정해진 스케일도 없이 제멋대로.
드로잉에서 보여지는 로맨틱한 그만의 매력이 모형에서도 느껴진다.

메르클리의 전시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아오키의 모형들과 비교했을 때, 보여주는 방법과 전체적인 이야기로서의 흐름이 조금 단조로웠다는 점이다. 드로잉의 중간중간에는 전문가의 해설이 붙어있었지만 메르클리 자신의 코멘트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떠한 대응을 해 왔는지를 설명해주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아오키의 그것 보다는 와 닿기 힘들었다.

하지만 전시 구성이나 흐름의 문제점을 말하기 전에 메르클리의 드로잉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며, 흐름에서의 부족한 부분은 아오키의 전시가 자연스럽게 채워주고 있었다.
작은 규모와는 달리, 두 건축가의 공통점과 또 다른 점들을,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비교할 수 있었던 이번 전시의 의미는 매우 크게 느껴졌다.


메르클리의 아뜰리에

/관련 사이트/
동경 근대 미술관 : http://www.momat.go.jp/
Jun Aoki : http://www.aokijun.com/
Peter Merkli : http://www.maerkli-peter.arch.ethz.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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