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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게 & 아와즈 전 그리고 오리엔탈리즘

히로시게 & 아와즈 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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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금호미술관에서 히로시게 & 아와즈 전이 열렸었습니다. 에도시대의 히로시게라는 작가가 남긴 우끼요에 작품들과 현대일본 디자인의 2세대라고 불리는 아와즈라는 작가의 현대적이면서도 우끼요에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전시 되었었고, 전시관에 일본의 중견 판화작가가 직접와서 판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거기서 찍어낸 작품들을 나눠주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판화작가의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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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에도백경’으로 유명한 히로시게의 작품들은 원경과 근경의 조화를 통한 미쟝센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당시의 인상파나 영화,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고 아르누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네요.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는 설도 있긴 하지만 그 당시의 유럽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 그와 연결되면서도 우끼요에를 현대화시켰다고도 볼 수 있는 아와즈의 작품들은 우기요에의 선적인 흐름과 강약에 펑키적 색채를 결합하여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와즈의 화투 이미지를 디자인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거장이 화투의 이미지를 차용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단순한 문화의 차이일 뿐일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히로시게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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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이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본의 문화, 세계적 가치를 지닌 ‘우끼요에’, 그리고 ‘우끼요에’가 유럽에 끼친 영향력에 대한 신화화... 그리고 거기에 감탄하는 우리들...

히로시게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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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의 우끼요에는 당시의 유럽에서 시들해져 가던 차이니즘을 대체할 이국적 코드로서 자포니즘을 불러일으켰고, 인상파에 영향을 끼쳤으며, 아르누보 양식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의도하에 일어난 현상은 아니었죠. 일본 스스로 반성하고 있듯이 그들의 우끼요에가 일본에서는 그저 서민들의 민화로서 유통되는 동안 유럽에 의해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아르누보 양식이 나타난 후 꽤 오랫동안 그들은 그 사실조차 모르다가 유럽에 의해서 우끼요에의 엄청난 영향력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연이든 아니든 일본의 우끼요에는 세계의 미술사에 그리고 디자인사에 남겨지게 되었고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문화적 데이터 베이스로서 일본 문화의 자양분이 되고 있지만요.

아와즈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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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끼요에는 오리엔탈리즘의 시초라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 그것은 하나의 고유문화가 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히로시게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는 아와즈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 작품들의 동질성과 현대적 변화의 모습이 그런 느낌을 가지게 만들어 주더군요.
동양이 가지는 미적 양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도 볼 수 있는 우끼요에, 하지만 과연 그 당시에 이것이 동양의 미, 일본의 정신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을까요? 아님 제국주의에 의해 포장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 어떤 의미로든 현상적으로는 똑같은 형태, 같은 양식 그러나 그 의미는 너무도 다를 수 밖에 없겠죠. 그것은 어쩌면 한국적 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적 미를 표현한다고 생각되는 예술품에 대한 재탕으로 만들어지는 현대의 디자인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들 스스로도 그것이 한국적인가에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이 있죠. 우리 스스로조차 우리의 미가 무엇인지 정의내리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이러한 현실은 우끼요에의 가치를 서양을 통하여 인정받은 19세기 당시의 일본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겁니다.

아와즈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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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그리고 한국에 있어서 그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는 오리엔탈리즘,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나로써 있고자 함에 있어서, 한 문화가 한 문화로서 존재함에 있어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자신감 혹은 힘, 그것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예전의 우끼요에가 가지던 의미가 현대 일본에 있어서 또다른 의미가 된 것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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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그리고 제국주의,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 하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의 도래, 그리고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한 유럽에 의한 세계정복과 대륙별 문화의 단일화는 무엇을 남겼던 것일까요? 모든 것이 새롭게, 문명의 페러다임이 전환되어져 버려야 했던 시대, 그리고 그 이후로 100년이 넘게 지난 현재 동양이라는 이름 하에 만들어지고 있는 이미지들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도 이미 죽어버리고 단절된 채로 껍데기만이 남겨진 한국의 현실에서 과연 지금 우리에게 살아있는 문화로서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그것이 진정한 동양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리 메이크? 현실에서 우리의 과거는 포스트 모던의 의미로서라도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이 없다면 아무 소용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신들의 힘으로 스스로 변화된 시대에 맞추어 생명력을 만들어내면서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자못 그들이 부러워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웠습니다.

전시회에서 판화작가가 판화제작 모습을 시연하고 나눠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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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즈의 포스터... 저희 사무실에 걸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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