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경쟁이 치열해 빡빡하기 그지 없는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정신 건강 (멘탈 헬스, Mental Health)을 관리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을 버티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을 챙기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운동을 통해 몸의 면역력을 늘리는 것과 같이 마음의 면역력을 늘리는 일에 어떤 것이 있는지 탐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정신 건강 관리 방법이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게임을 즐기거나, 추억을 되살리는 향을 맡으며 마음을 달랠 수도 있다. 또는 반려 동물, 반려 식물과 지내며 마음을 안정시킬 수도 있다. 만약, 혼자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면 명상을 도와주는 수업이나 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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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헬스는 1960년대 미국을 기반으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났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존 F.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등으로 그야말로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의 LA,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평화와 인간성 회복을 외치며 히피(Hippie) 문화가 꽃피웠고, 그 문화 속에는 멘탈 헬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 사회에서 규정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한편, 자연과 소통, 휴식과 명상을 하며 건강한 삶 (Wellness Life)을 추구했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안정도 추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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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진행되던 2020년부터 사회에는 미국의 1960년 대 만큼이나 암울한 분위기가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위축된 경제 분위기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활동 중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멍 때리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사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새로운 정신 건강 관리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캠핑이 새로운 여가 활동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불멍 (불을 보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크다. 일상에서는 하기 힘든 불 피우기와 더불어 가만히 불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내는 과정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 밖에도 물멍, 숲멍 등이 유행하며 캠핑 붐을 이끌었다.
멍 때리기는 또한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스마트폰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가 주는 편의는 좋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또 다른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멍 때리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쪼개 싱잉볼 테라피를 즐기려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멍 때리는 시간을 계획표에 넣고 일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 today.com/health/behavior/hitting-mung-south-korean-wellness-trend-beat-stress-rcna11096
재밌게도, 멍 때리기는 우리나라에서만 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류 붐을 통해 외국에 서서히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 매체 NBC 투데이에서는 '스트레스 받는가? 한국 사람들의 웰빙 트렌드 '멍 때리기 (Hitting mung)'을 따라 해 보라'라는 기사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기사에서는 멍 때리기가 삼림욕과 유사한 행동이며,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라 소개했다. 이 밖에도 여러 매체에서 멍 때리기를 소개하며 한국 고유의 휴식에 주목했다. 재미있는 것은 '먹방(Mukbang)', '오빠 (Oppa)', '언니(Unnie)'처럼 멍 때리기도 한글 그대로 영문화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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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멍 때리기가 화제가 된 것은 2014년부터 열린 '멍 때리기 대회' 의 영향도 크다. 이 대회는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낭비인가?'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시간도 사치를 부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혼자만 멍 때리는 것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다 같이 멍을 때리자고 권하는 이 대회는 크러쉬, 엄현경 등 연예인들도 참가하며 점점 광범위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멍 때리기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낭비라는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인정 받고 있다. 덕분에 여러 분야에서 멍 때리기를 즐기기를 권하는 모양새다.
ⓒ 박민정
검색 창에 '멍 때리기 좋은 곳'을 검색하면 한적한 관광지, 숙박업체가 추천된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서 조용한 분위기가 일품인 멍 때리기 좋은 곳을 서로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속기관이 운영하는 문화포털에서는 '서울에서 멍 때리기 좋은 곳'이라는 제목으로 도시 속 색다른 휴식 공간을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신선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다양한 매체에서 멍 때리기 좋은 카페, 호텔 등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돕고 있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이런 공간들은 자연이 가까이 있으며, '풀멍'이나 '물멍', 또는 '별멍'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들이다. 북적이는 도시 속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 시몬스 유튜브 채널 youtube.com/user/simmonskorea/featured
멍 때리기가 마케팅에 활용된 예는 바로 시몬스가 작년에 선보인 광고가 대표적이다. 침대 회사이지만 침대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이 광고는 OSV (Oddly Satisfying Video,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영상) 형식을 취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멍 때리기를 유도했다. 의미 없어 보이는 화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묘한 따스함과 더불어 편안함을 선사했고, 덕분에 이 광고는 입소문을 타고 2,053만 회가 조회되고 1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 시몬스는 팝업스토어 내에 마음껏 멍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넓은 공간에는 7개의 화면이 배치되어 있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앉아서 광고 영상을 보며 쉬면 되었다. 공간 한편에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 사유 없음. 자의식 없음. 그리고 푸시 알람 없음. 오롯이 '멍''이라는 글귀를 적어놓아 멍 때리기에 진심인 브랜드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네이버 '모래멍' 검색 결과 화면
이런 열풍으로 멍 때리기를 즐기는 것을 돕는 인테리어 소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있어 저절로 멍 때리기가 되는 아이템들은 모빌, 조명, 가습기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 모래를 활용한 샌드 아트 모래 액자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프레임 안에 모래가 들어있는 이 액자는 모래시계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저절로 추상화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뒤집을 때마다 매번 다른 모양이 생긴다는 점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특징이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모래의 모습을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에, 집 꾸미기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멍 때리기 아이템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멍 때리기는 명상과 같은 효과를 선사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동안 심장 박동수가 안정되며 동시에 뇌도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반작용으로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활동이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문가들은 멍 때리기가 만능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멍 때리기를 한다고 한들 스트레스를 만드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과 멍 때리는 시간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참고자료
NBC 투데이 : Stressed out? Try the South Korean wellness trend ‘hitting mung’
https://www.today.com/health/behavior/hitting-mung-south-korean-wellness-trend-beat-stress-rcna11096
박민정(국내)
11010design@naver.com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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