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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는 옛말... '거지방'으로 모이는 사람들

 

한 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플렉스(Flex)' 소비가 인기를 끌었다. 사전적으로는 '구부리다', '몸을 풀다'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힙합 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어 힙합 문화가 대중화 되면서 플렉스 또한 일상에 녹아들었고, 그렇게 플렉스는 젊은 층의 소비를 나타내는 단어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신이 가진 명품 브랜드를 자랑하는 모습,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비싼 가격의 코스 요리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 pexels.com/ko-kr/photo/2988232/ 

 

이전에는 '욜로(YOLO)'라는 트렌드가 인기를 끌었었다. '인생은 오직 한 번뿐 (You Only Live Once)'는 뜻을 가진 이 트렌드 속에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비하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즐기면서 살기 위한 소비를 이끌었다. 눈 앞의 행복을 추구하기에, 자신의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읽남 유튜브 채널: '허세 인플레이션'에 고통받는 2030, 지금 정신차려야 합니다.

ⓒ youtu.be/RuCAeIMo5xI 

 

플렉스 또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 살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전시'에 가까운 소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면, 소비하는 아이템이라면 무조건 따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이들의 원하는 것들에 대한 가격이 점차 오르게 되는 것이다. 유튜버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은 이런 소비 행태와 현상을 가리켜 '허세플레이션(허세를 부리기 위한 비용이 상승하는 현상)'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이라는 마인드로 소비하던 사람들이 이제 그 소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들의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불황의 영향이 크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등, 숨만 쉬어도 돈이 사라지는 세상이 도래하다 보니, 일단 생활을 지탱하는 것 외의 지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명품 또는 한정판 아이템을 사려고 매장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섰던 이들이 이제는 편의점 도시락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식당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다.

 

 


ⓒ pexels.com/ko-kr/photo/3943716/ 

 

늘 최고를 달리던 한국 명품 시장의 성장세도 한 풀 꺾인 모양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 3사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난해 1분기에 30% 이상 성장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떨어진 수치다. 그와 더불어 명품 앱 이용자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시대 속에서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던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용자 수가 49% 감소했다. 앱을 즐겨 사용하던 대다수가 젊은 층이었기에, 더 이상 플렉스가 트렌드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톡 '거지방' 검색 결과 화면 ⓒ 카카오톡 

 

이런 가운데 '거지방'이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이는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을 바탕으로 절약하려는 이들이 모여 서로를 독려하기 위해 생겨난 트렌드이다. 절약을 하고 싶은데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나 효과적으로 절약 방법을 얻고 싶은 사람 등이 모여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쓴소리와 꿀팁을 얻는 것을 즐겨 하고 있는 중이다. 각 거지방 마다 참가 규칙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절약'하는 것이다. 절약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지방'이라니, 고물가 시대에 비관해서 부정적인 의견만 주고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지만, 의외로 이 방들의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대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거지방이라고 불리는 방들의 제목이나 태그를 보면 해학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출을 기록하는 슬픈 거지들의 안락한 채팅방', '원조 거지들을 위협하는 신흥 거지의 출몰', '냅다 거지방', '거지들의 핫한 방'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쓰인 제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방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들 또한 농담들이 난무한다. 노래방을 가고 싶다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누군가 '에코 잘 되는 화장실에서 부르면 된다'라고 답하거나,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고 싶어 하는 이에게 '색종이를 얼굴 옆에 대보라'라고 권하기도 한다. 또는 버블티를 먹고 싶을 때 음료 컵에 타피오카와 닮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꿀팁이라고 공유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이없지만 누구에게나 웃음을 줄 수 있는 대화가 이루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대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 익숙한 2030 세대는 자신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밈 또는 유행어를 통해 유쾌하게 상황을 표현할 줄 알기 때문에, 무거운 주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다.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내뱉는 농담을 건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비를 허락받는 놀이로 승화시켜 이를 긍정적으로 치환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를 극복해가는 것을 즐긴다. 자기 계발을 위해 사람들이 다 같이 힘을 모은다는 점은 거지방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무지출 챌린지' 검색 결과 화면 ⓒ instagram.com 

 

거지방 이전에 이미 '무지출 챌린지'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말 그대로 하루에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일상을 보내는 것을 기록하거나 인증하는 챌린지다.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은 가계부를 쓰며 가성비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독서나 글쓰기처럼 돈이 들지 않는 취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도시락을 싸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짠돌이·짠순이처럼 사는 것이다. 무지출 챌린지를 위한 앱을 통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앱에서 진행되는 챌린지를 통해 상금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들이는 노력을 보면 체계적이고 바른 생활을 누리려고 노력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 piqsels.com/en/public-domain-photo-fffcq 

 

자신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거지'라고 부르고 있지만, 2030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자기 계발에 열심이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외국어, 운동, 재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노력 중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비를 추구하며, 소비 과정에서도 환경과 윤리적인 면을 고려하는 이들은 당장의 즉각적인 소비보다는 장기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거지방, 무지출 챌린지가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들의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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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트렌드 #소비트렌드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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