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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아름다운 선순환

요즘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눈에 잘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바로 ‘제로(ZERO)’ 라는 단어이다. 보통 제품의 특징이 담긴 이름이 대다수인데, 제로(ZERO)를 가장 우선에 두고 강조하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에서 나오는 상품의 설명에 따르면,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에리스리톨, 말티톨)를 사용하여 건강하게 즐기는 디저트로, 일반 제품에 비해 25~30%가량 칼로리가 낮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음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식음료를 비롯한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에서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제로’라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여타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이 없다. 패키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종이에 광이 없고(코팅이 되어있지 않고) 완전한 백색이 아닌 옅은 미색을 띄고 있다.

 

https://www.lottewellfood.com/brand/hero/zero |롯데 제로과자 사이트


편의점에 진열된 롯데 제로과자 패키지| © 류인혜

이름만 제로를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패키지 정보를 찾아보니, 한솔제지에서 나오는 친환경 종이 소재인 ‘프로테고(Protego)’ 를 적용했다고 한다. 프로테고는 플라스틱 필름 및 알루미늄 소재 사용량을 절감하고 친환경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며 수분, 산소, 냄새 등을 차단하는 특수 종이 포장재로 한솔제지가 제지 노하우와 코팅 기술을 접목해 탄생시킨 신소재 종이다. 
한솔제지는 롯데웰푸드 뿐만 아니라 신세계푸드 제품에도 앞서 언급한 프로테고를 비롯하여 친환경 종이 코팅지 ‘테라바스(Terravas)’를 제품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기존 플라스틱 소재가 주를 이루었던 식품용 패키지를 종이 소재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한솔제지의 ‘프로테고’는 플라스틱·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로, 그동안 종이 포장재는 산소·수분·냄새 차단 기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솔제지의 프로테고는 기존 종이 소재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특수 처리 기술과 코팅 기술을 융합해 종이 표면에 코팅막을 형성시킴으로써 산소와 수분이 투과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


<2023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 박람회 한솔제지 전시부스 메인 전경 | © 류인혜

<2023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 박람회 한솔제지 전시부스_친환경 종이 컬렉션 | © 류인혜

프로테고는 기존 포장재와 비교해 공정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도 뛰어나고 종이 원료로 만들어져 종이류 분리 배출이 가능해 재사용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또한 플라스틱과 금속 소재의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5% 줄일 수 있다. 
테라바스 제품도 플라스틱의 일종인 PE(폴리에틸렌) 코팅을 하지 않고, 한솔제지에서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환경친화적인 종이 용기로 종이류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하다. 두 소재 모두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지만 물성이나 쓰임새에 차이가 있다. 프로테고는 말랑말랑한 물성의 연포장재로 식품, 생활용품 분야에 주로 쓰이는 반면 테라바스는 물성이 딱딱한 일회용 포장용기를 대체하는 용도로 쓰인다. 
매번 쿠키류는 양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보관하다보면 냉장고의 다른 음식물과 종이 자체의 냄새로 인해 나중에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는데 프로테고처럼 종이 표면에 코팅막 처리로 냄새를 차단해 주는 기능을 한다면 제품의 신선도에도 크게 기여 하게 되는 셈이다. 


테라바스 제품을 사용한 음식 용기와 프로테고 제품을 사용한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 패키지  © https://www.instagram.com/hansolpaper

배달앱의 사용이 수월해지면서 여러가지 식재료를 사서 만들어먹는 비용과 시간보다 배달앱을 통해 먹고싶은 음식만을 골라서 간단하게 시켜먹는 방법이 편하고 경제적일 때가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배달이나 포장을 해 먹는 가구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 때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의 갯수가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별다른 생각없이 시켜먹고 배출하던 플라스틱 용기가 기후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피부로 와닿는 현실을 실감하면서 일회용 수저라도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접하게 되는 가공품, 음료 등을 일주일에 한번씩 모아서 버리는 날이면 언제 이렇게나 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었나 싶을 정도로 큰 봉지 한가득 꾹꾹 눌러 담아 버리게 된다. 플라스틱 자체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면 그 대체재를 잘 활용해서 자연에 해를 덜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음료, 생활용품 분야에서 개선을 이뤄나가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활약을 코엑스 박람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3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에서 ESG와 탄소중립, 녹색 산업,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 지류를 이용해서 가공한 종이박스 테이프나 포장재(종이뽁뽁이), 종이스프링 그리고 자원을 재활용한 생활용품 트레이, 컵, 수저 등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그들의 노력을 제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3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 박람회 한솔제지 전시부스_친환경 제품 및 종이 용기 소개 | © 류인혜

상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다양한 자연의 원료에서 재료를 추출하여 가공한다. 나무를 압착하거나 미사용 목재를 재활용하고 옥수수나 사탕수수, 대나무를 가공하거나 맥주 찌꺼기, 홍삼찌꺼기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가볍게 보아왔거나 쉽게 버려졌던 재료들을 활용해서 가치있는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만들어내는 상품군 역시 다양한데 장난감, 화장품 용기, 옷걸이, 트레이, 무선 충전기 등 내구성도 좋고 마감 표면도 깨끗하여 완성도가 높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소비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구매욕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자연적인 재료 자체의 미감이 좋았다.


<2023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 박람회에서 소개된 자연에서 추출된 재료를 사용하여 가공한 다양한 제품군 © 류인혜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세계 3위로,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한솔제지, 삼원특수지, 무림제지 등은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앞서 나열한 사례들을 통해 플라스틱 대체재로 종이를 활용한 신소재 및 친환경 원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폐기물 신세였던 종이가 지금은 순환자원으로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며 활약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홍수, 산불, 가뭄 등 기록적인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맞닥뜨리고 있는 현 시점에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지구를 위한 의식 있는 소비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지구에 가장 부담이 덜 가는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일상생활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방법이 오늘부터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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