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국내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삶의 골목골목이 캔버스가 되는 마을

얼마 전 기차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통영을 추천했다. "동피랑 마을"이라는 벽화로 가득한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며 말이다.

마을 이름부터 소개 하자면, 동피랑이란 동쪽과 벼랑의 사투리인 피랑이 더해진 말로 "동쪽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명 한국의 "몽마르트 거리"라고도 불린다는 이 마을은 개발 예정지로 올해 10월 철거 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마을을 지키자는 "푸른통영21추진위원회"의 주도 하에 전국 미대생들과 젊은 화가들이 나서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연이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철거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중앙시장을 지나 골목으로 올라가다보면 동피랑 마을을 알리는 벽화가 나타난다.
한참 남은 오르막길에 지치지 않도록 응원하는 메시지. '꿈과 희망의 동피랑 10M 전! 조금만 더 올라 가세요'

동피랑 마을을 표현한 듯한 벽화와 다정한 글귀.
여러 작가가 참여한 덕에 다양한 스타일의 벽화를 감상 할 수 있다.

한 쪽 골목의 벽이 큼직큼직한 도형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연속적인 기하학무늬가 재미있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던 큼직한 그림.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님에도 모든 벽마다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현관문도 칠을 새로 해주었는지 벽화와 잘 어울린다.

담벼락에 쌓아놓은 벽돌이 이렇게 멋진 장식이 될 수 있다니. 애써 만든 환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터전에 맞춰 새로운 느낌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말 신선했다.

사실 편한 길로 쭉 돌면 모든 벽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골목 찾아다니면서 봐야했기에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높은 비탈길과 내리쬐는 햇볕에 힘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종종 눈에 띄는 기분 좋은 글귀들로 힘을 얻었고, 이 집 뒤에 또 다른 그림들이 나를 반겨줄 거라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그림들. 이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는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쉬었다 가곤 하시는데 앉아서 멋진 그림들을 볼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자칫 지나칠 수도 있었던 숨은 친구들. 휴지통과 굴뚝 등에도 그림이 연결되어 있었다.

창문에서 상상력이 솟아나는 듯 자전거에서 꿈이 자라나는 듯 절묘하게 그려진 벽화들.

다소 어려운 작품들이 전시된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여느 갤러리보다 친숙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삶 속에 공존하고 있는 벽화 갤러리.

초록색 호스가 나팔꽃의 줄기로 연결돼 벽을 타고 오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삶의 공간에 배려를 더해 벽화를 그린 참여 작가분들의 세심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피랑 마을이 유명세를 타고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주민들의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니 매우 안타깝다. 철거 계획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했던 주민들은 벽화로 유명해진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단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동피랑 마을을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바로 처음에 벽화그리기가 시작되었던 취지와 같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일 것이다.

"삶의 골목골목이 캔버스가 되는 마을"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