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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 - 삶, 그리고 디자인

제주어로 집에서 거릿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올레’는 요번에 새로 만들어진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개념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있는 골목길을 어떻게 디자인하였길래 연일 잡지에 오르내리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하는걸까…….

우리네 골목길은 어떨까?
골목길에는 그 동네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었다. 학교도 골목길을 통해갔고, 친구들과 만나 노는 곳도 그 곳이었다. 퇴근해서 오시는 아버지를 마중했고, 골목입구까지 손님을 배웅했었다. 이웃과 쉽게 만나 수다를 떠는 곳, 가끔 언성을 높여 싸움이 오가는 곳도 그 곳이었다. 삶과 삶이 어우러지는 좁지만 넓은 곳이었다. 요즘 골목길은 갖은 범죄의 발생 현장으로 CCTV로 무장하고, 경계심 벽을 둘러 좁은 골목길은 더욱 좁디 좁은 곳이 되어있다. 혹은 새로운 모습을 뒤집어 쓰고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고, 골목길은 그저 빠르게 지나갈 뿐. 그 속에 삶은 서서히 빠져나오게 되었다.

 

   

‘올레’에는 처음 그 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표지판은 없다. 하지만 나뭇잎에 던져놓은 듯한 정감가는 리본과 낙서한 듯한 화살표가 있다. 안전을 책임지는 CCTV도 없다. 하지만 그 옛날, 집과 집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들이 거닐던 곳에 있던 많은 현무암들을 조금씩 옆으로 치워 이웃을 왕래하며 쌓아놓은 낮은 돌담이 있다. 새로 잘 깔아놓은 보도블럭은 없다. 하지만 맨발로 느낄 수 있는 흙길과 바다길이 있다. 그리고 옆집 담을 넘어갈 수 있는 사다리와 수다의 장이 열렸을 빨래터가 있다.

우리동네 골목도 위험한 마당에 그 멀리 생판 남의 골목까지 가서 놀며, 쉬며, 거닐다 오게 만드는 이유는 그저 숨겨지거나 잊혀졌던 옛길을 되돌려놨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되살아나 그 삶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골목길을 좋고 멋지게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삶을 ‘올레’라는 형식으로 디자인하여 보여주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다른 우리의 골목길에서도 무분별한 개발이나 포장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올레’를 만날 수 있길 빌어본다.

 http://www.jejuolle.org/

Tag
#올레 #삶 #디자인 #공공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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