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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good as it gets!

“예전에… 나한테 남자가 있었을 때처럼 어루만지고 사랑하며…… 팔짱도 끼고 싶어.”

강박증 환자인 잭 니콜슨과 혼자서 아픈 아들을 키우고 있는 고단한 웨이트리스 헬렌 헌트, 이들이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되면서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치유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1997)’에서 나오는 헬렌 헌트의 처절한 외침입니다.

이 외침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남편이나 애인이 없는 것,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따뜻한 온기를 통해 잃어버린 촉각을 일깨우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처절한 외침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와는 조금 다른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친구끼리 팔짱도 끼고 손도 잡으며 엄마는 늘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는 등 신체 접촉의 빈도가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신체접촉이 훨씬 제한적입니다. 동성 친구끼리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었다가는 동성연애자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도 신체접촉은 놀이를 하거나 인사할 때 뿐으로 늘 안아주거나 업어주거나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라나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서 남편이나 애인이 없다면 더더욱 인간의 살갗과 닿는 따스한 감각을 잃은 채 체온의 따스함에 목말라하면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생활은 시각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영상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 혹은 시각정보화 사회라고도 하지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맛있는 요리도 보고, 후각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향수의 향기도 봅니다. 순면의 부드러운 감촉도 보고 영화 속에서의 멋진 섹스도 봅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이미지의 소유가 대중화되면서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의 비중은 어느 시대보다도 커졌습니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니 가끔은 불만도 생깁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시각매체의 발달 덕분에 전자오감(컴퓨터 그래픽, 게임, 가상현실 등의 형태로 디지털한 감각세계의 확장. -감각시대의 소비스타일,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이하동일)-)은 점점 확장되는 반면에 오히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기본 오감(현대인이 상실한 동물적인, 원시적인 오감)은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헬렌 헌트처럼 인간이 당연히 누려왔던 감각이 늘 부족한 셈입니다. 그래서 시각 이외의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기본적인 오감을 향유하려는 문화오감(3D스테레오그램, 오감놀이, 고급상품에서 보여지는 오감탐구, 즉 문화적으로 성숙한 상태가 되야 오감에 대한 관심도 증대)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시각과 더불어 영상매체의 기본적인 감각인 청각은 좀 덜하지만 후각, 미각, 촉각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모두의 것이었던 자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각들도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이나 핸드폰 버튼의 감각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요즘 들어 무디어진 감각을 즐겁게 해주려는 다양한 시도가 감성마케팅, 감성 브랜딩 등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자 권리였던 감각의 추구도 경험과 소유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시각정보의 횡포(?)에서 벗어나) 상상해보세요. 겨울에 꽁꽁 얼어버린 큰 강 밑바닥으로부터 들려오는 얼음이 갈라지는 깊고 거대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입을 벌리고 혀로 비나 눈을 맛본 기억은 요? 보들보들한 강아지풀로 손등을 간지렀을 때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나요?

이처럼 디지털화된 생활에서 망각하기 쉬운 감각들을 상기시켜주었던 것이 2003년도 여름, KTF의 have a good time 광고입니다. 그 이전까지 이동통신 업체들이 광고를 통해 소구하는 편익은 디지털 기술의 우수성이었습니다. 최첨단 기술이 보여주는 디지털 세상을 선도하는 환타지 중심이었지요. 그러나 KTF는 have a good time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전혀 엉뚱해 보이는 행복한 순간의 감각에 대해 일깨우기 시작했습니다. KTF적인 생각으로 고정관념을 깨려고 들더니 이 광고에서는 have a good time으로 감각의 고정관념까지 깨고 있는 것이지요.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있는 아기의 모습,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퍼져나가는 순간의 아이의 순수한 기쁨, 연인과 키스하는 순간의 순수함, 혀끝으로 느끼는 차가운 눈의 감촉...물론 매체의 한계로 인해 이것 역시 시각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모든 영상 매체의 특성상 시각과 청각을 기본으로 표현되는 감각은 복합적입니다. 여러 가지 감각이 복합되어있는 세계가 현실세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캠페인에서는 특정 감각으로의 집중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소리만 남겨둔 체 배제된 소리, 배경이 배제되고 최대한 클로즈업으로 강조된 순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하나의 감각에 집중하게 됩니다. 멈춰진 듯한 잠깐의 순간 동안 잊고 지냈던 그 언젠가의 행복했던 순간(good time)의 감각을 되살리게 됩니다.

이렇게 단지 순수하고 행복했던 감각의 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KTF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으로 행복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서 KTF 매장과 제품에서 광고가 표현하는 시청각 이외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기발한 소재의 개발이나 의외의 장치만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시도가 될 수도 있겠지요.

2004년 새해에 들어 번호통합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제는 이동 통신 3사가 모두 요금의 합리성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광고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의 캠페인에서 보여주었던 감각의 배제를 통한 감각의 극대화라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 되는 특징을 좀더 다양해진 good time의 내용을 통해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많은 감각들을 되살리는 즐거운 경험을 계속 제공해준다면 장기적으로 KTF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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