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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쁘게 웃는 브랜드

모든 제품에는 그 조형물 특유의 ‘생김새와 공간’이 있게 마련인데, 그 표현적 특질을 잃게 되면 단골고객은 실망하여 떠나버리게 된다고 한다. 조형물 특유의 ‘생김새와 공간’은 사람의 외양, 특히 얼굴과 비슷하다. 사람처럼 제품도 호감이 가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자동차의 전면부는 사람의 얼굴을 닮아 있다. 헤드라이트는 양쪽 눈, 라디에이터 그릴은 코, 범퍼는 입술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얼굴은 차종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차를 볼 때는 좋아하는 표정, 싫어하는 표정을 막연한 감으로나마 가리게 된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가격을 따져보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위와 같은 좋아하는 표정, 싫어하는 표정에 따라 좋다, 혹은 싫다의 기호판단을 하게 된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첫인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하는데 5초에서 8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처음 보는 상대방의 얼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체적인 인상과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제품과의 만남에서도 첫인상은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형태심리학(게슈탈트 심리학)을 일찍이 체계화시켰고, 그것을 자동차의 스타일링에 효과적으로 응용했다. 즉 모델 체인지를 하더라도 벤츠면 벤츠형 얼굴, BMW면 BMW형 얼굴 하고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자사만의 특징적 형태를 유지해나간 것이다.

자동차의 전면부가 얼굴로 보이는 것처럼 어떤 형태가 얼굴로 보이는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상모적 지각(相貌的知覺:physiognomische Wahrnehmung)’이라고 한다. 상모적 지각은 감정과 지각이 분화되지 않은 현상으로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어른은 사물을 보면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좋고 싫음을 떠나 형태나 색채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주변 사물의 여러 가지 형태들이 "사람의 얼굴"이나 "사람"처럼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령 집의 형태를 보더라도 어떤 집은 훌륭한 얼굴을 하고 있고, 어떤 집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혹은 기차를 보고 그것을 영웅적인 위대한 사람처럼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무엇이든 첫눈에 좋고 나쁨을 결정하거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판단해버린다. 상대의 얼굴과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인데, 그런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인상이 내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감성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태도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느낌에 따라서 구매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의 얼굴-고유한 인상은 브랜드에 대한 가치판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03년 5월 세계적인 브랜딩 회사 landor는 멕시코에서 인기음료인 kool-aid의 새로운 팩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여러 가지 과일 맛이 첨가된 새로운 kool-aid를 위해서 기존의 웃고 있는 얼굴과 kool-aid 로고는 살리면서 새로 첨가된 맛의 이름과 그래픽을 변화시켰다. kool-aid는 6살에서 10살의 어린이가 주요 고객이다. landor는 kool-aid를 좀 더 행복하고 상상력이 가득하며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로고에 살짝 곡선을 주고 좀 더 굵게 해서 역동적인 표정을 주었다. 특히 재미있는 변화는 맛에 따른 과일 아이콘을 일러스트로 넣은 것과 각각의 맛에 따라서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딸기맛은 용감무쌍한 딸기(Strawberry-Intrepid Strawberry)로 다시 태어났다. 슈퍼마켓의 가판대에서 웃으며 아이들을 유혹하는 kool-aid 제품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제품이 용감무쌍한 딸기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형태가 얼굴이나 사람처럼 보이는 ‘상모적 지각’은 광고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03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SILVER AWARDS의 KRASS 안경 광고는 상모적 지각을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copy: 안경이 얼굴을 만든다. 어디에, 누구에게, 어떤 것이 얹혀지느냐에 따라 이만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안경이랍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각각 상모적 지각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맥도날드 포스터는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미소를 빌려 자신의 제품이 얼마나 큰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버거킹(Burger King)은 맥도날드(MacDonald's)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M'자형 로고를 잔뜩 찌푸리고 있는 사람의 입모양으로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버거킹의 더 좋은 맛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혹은 로고, 심볼, 팩키지 등의 제품의 조형요소가 고유한 조형적 특질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그 조형적 특질-그 제품의 표정은 개성적이면서도 호감가는 것이어야 한다. 가장 예쁘게 웃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오래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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