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생활과 연관되는 필수적인 분야이다. 더 나아가 건물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인간의 사상과 철학, 역사를 포함하는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기후와 같은 환경적인 부분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인간의 문화적 가치와 삶의 질을 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Shail Patel이 생성 AI로 디자인 건축물 사례 (출처 - Shail Patel 인스타그램) 

2022년 11월에 챗GPT 3.5버전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생성 AI의 활용이 디자인과 창작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성 AI는 건축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별히 건물의 초기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 하고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상상하는 창의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생성 AI는 앞으로 건축디자인 분야에도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생성 AI가 가져오는 건축 디자인 분야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생성 AI 건축 디자이너의 등장

생성 AI를 적극 활용하는 Shail Patel이라는 건축 디자이너가 있다. 그는 아칸소 대학의 Fayjones School of Architecture의 아웃리치 센터인 UACDC에서 Project Architecture &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일찌감치 건축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Shail은 끊임없이 생성 AI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건축의 세계에 대해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생성 AI 건축 디자이너 Shail Patel (출처 – 파라맥틱 아키텍처 홈페이지)

Shail Patel이 소개하고 있는 작품 중 대표적인 작업은 전 세계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애플 스토어이다. 그는 이미지 생성 AI Midjourney를 활용해서 이집트와 뉴욕 시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세워진 애플 스토어의 모습을 작업했다. 대표적으로 3가지 작업을 살펴보자.

Apple Store meets Pyramids (Egypt) 

이 작업은 피라미드의 형태에 영감을 받은 애플 스토어 아이디어이다. 이집트가 가지고 있는 신비롭고 세련되며 파라오 왕조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피라미드는 단순한 형태의 디자인이 강력한 인상을 주는데 애플이 가지는 디자인 철학과도 아주 잘 어울리게 디자인이 되었다.

Apple Store meets Indigenous Sudano-Sahelian Africa (Central Africa, Sudan)

아프리카에 세워진 애플 스토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해 본 작품이다. 특별히 중앙아프리카의 수다노-사헬리언 문화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흙과 점토를 활용한 건축 방식이 적용된 모습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 이 독특한 건축 방식은 남부 이집트와 수단 일부 지역에서 많이 활용이 되었는데,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재료를 활용함과 동시에 기하학적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통유리로 된 전면 디자인을 통해서 전통적인 문화와 애플이 가지는 세련되고 단순한 느낌을 잘 살려준 아이디어이다.

Apple Store meets South African Architecture (South Africa)

이 작업은 애플 스토어에 남아프리카의 문화를 적용한 사례이다. 남아프리카의 Ndebele 부족은 그들의 건물 벽면에 아주 화려한 색상을 사용한다. 이러한 색상이 아프리카 지역의 흙으로 지어진 베이지색 톤의 건물들 사이에 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인상과 강렬함,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작업으로 보인다.

이 작업들은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생성 AI로 보여준 상상력의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생성AI에 학습된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데이터가 애플이 가지는 정체성과 만났을 때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해 준 작업들이라 할 수 있겠다. Shail Patel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 애플 스토어 작업 외에도 아주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며 건축에 생성 AI가 활용되었을 때의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성 AI로 전 세계 유명 건축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기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업들이 인터넷상에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지 생성 AI들은 이미 그들의 스타일에 대해서 아주 많은 학습을 하였다. 그래서 이미지 생성 AI에서 유명 건축가들의 방식으로 건축 디자인을 해달라고 하면 빠른 시간에 그 결과를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은 자신의 결과물에 그대로 사용하지 않아도 유명한 건축가들이 이 작업을 디자인한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지에 대한 결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에 참고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참고로 개별 작가의 스타일로 제작을 해달라는 프롬프트 사용은 미드저니에서 사용은 가능하지만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건축 디자이너가 이미 사망해서 저작권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작업을 참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다.

Frank Lloyd Wright 스타일로 생성된 건축 디자인 (by Midjourney)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미드저니에서 ‘by Frank Lloyd Wright’라는 명령어 하나만 넣어주면 된다. 프랭크는 “유기적 건축”이라고 하여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자연이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그의 철학을 잘 반영한 작업 결과물을 바로 받아 볼 수 있다. 그는 이미 1959년에 사망했지만 그의 작업들을 학습한 생성 AI가 그의 철학과 스타일을 반영한 작업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Zaha Hadid 스타일로 생성된 건축 디자인 (by Midjourney)

곡선의 독특함을 살린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지금 시대에 건물을 설계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녀 역시 이미 2016년에 사망했지만 미드저니 프롬프트에 'by Zaha Hadid'라는 명령어만 포함시키면 그 공간은 자하 하디드의 철학과 스타일이 반영된 모습으로 변한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서울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작업 스타일이 잘 반영된 결과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3명의 건축가 스타일로 생성된 건축 디자인 (by Midjourney)

놀라운 것은 3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결과물도 확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가 협업한 작업물을 확인하고 싶다면 ‘by Frank Lloyd Wright and Zaha Hadid and Frank Gehry’라는 프롬프트를 넣어주면 된다. 이 땅에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건축 디자인의 명장들이 협업했을 때 만들 수 있는 작업을 실제로 이미지로 출력해서 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GUI 디자이너 Leo Natsume 스타일로 생성된 건축 디자인 (by Midjourney)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를 초청하여 건축 디자인의 작업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세련된 느낌의 GUI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Leo Natsume의 스타일로 건물을 디자인해 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느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건축 디자이너들이 작업하지 않던 방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생성 AI는 이처럼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초청하여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열어 주었다.

생성 AI로 혁신 중인 기업 :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실제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대표인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는 현재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DALL-E 2와 Midjourney, StableDiffusion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를 아이디어 생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이미 생성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무소 소속 디자이너들에게 이런 과정을 적극적으로 독려하여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형태들을 초기 스케치 결과물로 고객에게 보여주며 소통을 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에서 생성한 이미지 사례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에서 생성한 이미지 사례

유명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방식을 통해서 스튜디오의 창립자인 자하 하디드의 건물 이미지의 방대한 카탈로그를 작업하여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작업들을 살펴보면 자하 하디드가 가지고 있는 유동적이고 인체의 흐름과 같은 유연한 스타일로 작업된 결과들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에서 생성한 Neom의 모습

자하 하디드 스튜디오에서 공개한 AI로 생성된 이미지 중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개발 중인 Neom의 잠재적 프로젝트 아이디어들도 포함이 되어있다. 현재 자하 하디드 스튜디오는 AI 이미지 생성한 결과물들 중에서 10~15%를 선택하여 3D 모델링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에 AI 연구 그룹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생성 AI를 도입한 선도적인 건축 스튜디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구겨진 종이 한 장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건축 생성 AI

건축 디자이너 Tim Fu는 생성 AI LookX를 활용한 결과들을 선보였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LookX는 특별히 건축에 특화된 생성 AI이다. LookX는 건축 모델에 대해 특별한 학습을 진행한 모델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현재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Midjourney나 DALL-E, Stable Diffusion에서 일반적으로 얻을 수 없는 보다 높은 완성도와 정제된 기하학적 결과물을 보여준다.

LookX에 구겨진 종이를 활용하여 생성한 건축물 이미지

Fu는 재미있는 실험으로 주름진 종이 사진을 입력하고 유명 건축가들의 방식으로 설계를 해보라고 LookX에 요청을 하였다. 그는 입력의 임의성이 AI에 의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궁금했고, 그리고 해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 AI가 얼마나 세련된 결과를 생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 하였다.

LookX에 구겨진 종이를 활용하여 생성한 건축물 이미지 

Fu는 이러한 방식으로 건축 스튜디오 Zaha Hadid Architects, SANAA, OMA, Santiago Calatrava의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조형적으로 멋지게 만들어졌고 아름다웠다. 구겨진 종이가 가지는 임의성도 창의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된 것이다.

생성 AI가 건축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과 같이 생성 AI는 건축 디자인 회사들의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들을 바꿔놓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달하고 있다. 생성 AI는 앞으로 건축 디자인 분야에 아래와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첫째는 건축 디자인 프로세스가 가속화이다. 생성 AI 도구들은 디자이너들에게 빠르게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들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초기 아이디어 생성에서 최종 디자인 결정까지의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며,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는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의 전달이다. 다양한 명령어를 통해서 이제는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새로운 영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는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보다 창의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셋째는 디자인의 대중화이다. 생성 AI 도구의 발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건축 디자인 아이데이션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 디자이너뿐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건물을 시각화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이용자들의 참여적 디자인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디자인 분야에 생성AI가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들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 :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미디어비즈니스학과 유훈식 교수

원문 : brunch.co.kr/@ghidesigner/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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