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은 도시인의 각박한 삶 속에서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달콤함 ‘쉼’을 보여주는 작가다. 매우 짧고 강렬하기에 그 일상의 간격은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다. 현대인들의 삶이라는 건 강물의 거침없는 흐름처럼 기계적이고 수동적이어서 버겁고 힘겹다고 해서 한곳에 멈추어 지긋이 머무를 줄 모른다. 그렇다면 여가는 그 물줄기가 크고 작은 암석을 만나 잠시 흐름을 멈추는 휴지기와 같지 않을까?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스스로 몸을 누일 수도 있으며, 능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가 던지는 무수한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도시인들의 삶은 지나치게 빠르고 각박하다. 이에 반해 이상원의 작품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평화로운 쉼을 마음껏 보여주면서 감상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시선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로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한가로이 스키를 탈 수도 있고, 얼음 낚시를 할 수도 있으며, 따뜻한 햇살 아래서 수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때 그곳에 머무르던 추억을 상기하며 짧고 강렬한 쉼을 되새김질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상원의 작품이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세심하고 진실된 표현에 있다.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기 전 모든 장면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는 선 작업에 임했으며, 몸소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상황과 사건의 일부가 되는 수고를 감내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가슴에 와 닿는 목소리를 지니게 되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을 한데 묶는 제목은 ‘Interphase of our life’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데, ‘우리 삶의 휴지기’이자 ‘당신과 나의 인생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이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이상원의 작품들이 띄는 두 가지 경향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앞에서 언급한 ‘일상 속 쉼을 보여주는 것’과 ‘집단 속 개인의 가치 있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이상원의 세심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가 한 인물 한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렇게 활력을 얻은 개개인은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당신과 나의 인생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외치며 스스로 우뚝 선 강한 인간상과 다름없다.

일상 사이에 존재하는 휴지기와 관계로부터의 해방.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 두 가지를 한데 묶을 수 있는 메타포로 거센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고 홀로 증발하는 물방울을 상정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이 고요히 취득하는 참된 안식과 자유. 이것이야 말로 ‘interphase of our life 展’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단 하나의 메시지 아닐까.■시소A/ 미술사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