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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화발전소 기획전시 <클라인 클럽 Klein Club>
신촌문화발전소 기획전시 <클라인 클럽 Klein Club>
주최신촌문화발전소
대상 일반
분야 시각
홈페이지 https://scas.or.kr/kr/program/program_view.php?idx=158

담당자명 신촌문화발전소 전화 02-330-4393
이메일 naram@sdm.go.kr 팩스  

클라인 클럽 Klein Club

 

새삼 유리(琉璃)로 가득하다. 집, 차, 휴대폰에 유리 너머 유리가 열리고 닫힌다. 창문 너머 창문과 렌즈 너머 렌즈. 유리는 당신과 가깝고 멀다. 세계가 압축하고 팽창하는 사이로 유리가 흐른다. 세계는 유리가 흐르는 시공이다.

 

클라인 클럽은 유리로 나뉘는 여럿이자 하나로 이어진 세계를 상상한다. 이곳의 모임은 동일한 물질과 전시가 조건인 임시적 규합에서 유리가 특정한 장치로 작동하는 이미지를 모색한다. 이는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Felix Klein)이 발견한 특이한 입체를 닮아 안팎 구별이 없다. 일명 ‘클라인의 병’은 원기둥 한쪽과 반대쪽, 내면과 외면이 붙은 곡면이다. 3차원에서 출발해 4차원에서 보이는 사물이자 2차원으로 호출되는 것. ‘안팎이 없는 세계’라는 맥락과 유리의 유전으로 이어진 박정은, 이지안, 최나욱, 최장원, 사이언스, 제프리 킴, 그리고 신촌문화발전소는 클라인 클럽에서 유리로 점철된 세계를 해체하고 재조직한다.

 

박정은은 우화에 등장하는 육체들이 접합하는 이미지를 투명한 유리 조각으로 벼린다. 빛이 투과하고 굴절하는 유리 조각은 전시 환경에 따라 반응하며 새로운 빛으로 의태한다. 채광과 조명, 주변 사물과 방문자 등 박정은의 조각에 외부 요소는 그것을 불변하고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가능케 한다.

 

이지안은 도시 그늘 아래 풀의 초상을 거대한 플라스크에 담는다. 그가 수집한 식물 이미지는 신촌 골목에서 콘크리트가 균열한 틈을 점유하는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중적 시선으로 드러낸다. 유리로 감싼 건물 안과 바깥을 연결하는 그의 작업은 장소특정적 사물과 사물 사이에 개입하여 그와 가깝고 먼 곳 사이 이음새로 작동한다.

 

최장원은 또 다른 골목에서 수집한 유리 조각들을 파란 기억으로 물들인다. 햇살에 닿은 잉크는 변색하지만 기억은 지난 보금자리를 떠나 또 다른 유리와 관계하는 공간으로 옮겨간다. 그는 자신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7주년에 다수의 사람들을 초대한 파티에서 긴장을 환대로 역전했다. 지난 파티를 기록한 영상 ‘기’와, 원형 유리판에 감정의 파편들을 옮긴 조각 ‘억’은 그의 ‘기억’을 해제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 재조립한다.

 

최나욱은 비평적 글쓰기로 유리 사용법과 기능을 재맥락화한 건축의 역사와 현재 세대의 문화를 살핀다. 그의 글은 유리의 역할이 창과 벽, 스크린과 장식으로 전이하는 지점을 경유하며, 특히 유리가 도시 생태에서 이전과 다른 체계에 재배치하는 현상을 밝힌다. 공간을 사유하는 예리한 비평은 유리가 산재한 일상 경험을 갱신하는 제안이다.

 

사이언스(Psients)와 제프리 킴(Jeffrey Kim)의 작업은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생물 중 하나인 효모 세포를 광학 기기로 포착하는 협업에서 시작한다. 미생물학과 음악이 겹치는 교집합에서 이번 작업은 세포들의 움직임을 소리 신호로 변환하고 발췌한다. 전시공간 유리에 반사, 굴절, 회절하는 소리는 어느 실험관에서 세포를 배양하듯 숨쉬며 증식한다.

 

신촌문화발전소에서 클라인 클럽의 유리는 각각 독자적인 동시에 연계적인 매체이다. 박정은의 유리는 몸과 몸이 맞붙는 조각으로, 이지안의 유리는 도시의 식물을 헌사하는 사진으로 기후위기 시대 인간이 식물로 변신하는 극(한아름)에 접속한다. 최장원의 유리는 사회적 편견과 투쟁한 자전적 서사로 미래에서 온 원로 퀴어 작가가 회고하는 극(이홍도)을 마주하고, 최나욱의 유리는 텍스트로 이미지 환경과 건축을 잇는 사회적 문맥을 가로지른다. 사이언스와 제프리 킴의 유리는 오디오 비쥬얼로서 현미경 렌즈로 보이는 미시 세계 너머 ‘우리’를 감각한다. 이들은 같은 장소 다른 연극 무대에 막이 오르기 전 방문자를 환대하고 막이 내린 후 남은 온기를 간직한다.

 

유리 너머 또 다른 유리가 보이는 사회에서 모두는 클라인 클럽이자 유리구슬이다. 자신에 다른 이를 담고 다른 이에 자신을 비추는 유리구슬들의 미장아빔(mise en abyme)은 무한한 투영으로 깊은 심연에서 서로를 잇는다. 유리로 가득한 일상과 ‘안팎 없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이유를, 클라인 클럽은 새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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