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자금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실제로 산업통산자원부의 산업디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12.8%만이 디자인을 활용한다는 결과가 있는데요. 게다가 디자인에 투자해봤자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대답도 무려 26.7%(중소기업청 보고서). 하지만 디자인 투자는 기존 R&D 투자 대비 평균 3배 이상의 투자 효과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디자인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룬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여기 디자인을 계기로 제2의 도약에 성공한 중견기업, 유양디앤유의 생생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술력은 뛰어난데,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유양디앤유는 디스플레이용 전원공급장치(SMPS), LED솔루션(조명/IT융복합)을 개발하는 전문회사. 회사 성격상 제품의 자체 개발, 판매는 물론 ODM 제품을 주요 대기업에 납품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이와 비슷한 기업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양디앤유의 디자인 혁신 사례는 많은 중소기업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사실 유양디앤유 역시 여타 중소기업들과 비슷했다. 디자인은 조금 더 성장한 뒤에, 조금 더 비용에 여유가 생긴 뒤에 관심을 가져도 되는 분야라고 믿었다. 이 같은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현장에서 느낀 괴리감 때문.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서다. 

1.2. 유양디앤유 LED 엑스포 전시 부스 3. 노승완 디자이너의 디자인 교육 현장

유양디앤유는 LED 백라이트 장치 관련 특허, 스마트 TV용 초슬림전원공급 장치 최초 개발, LED 모듈 관련 특허는 물론 올해에만 무려 8가지 특허를 따낼 정도로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술력이 뛰어난데도 인지도가 떨어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제품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년 전 영입한 제품 디자인 전문가, 유양디앤유에서 디자인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노승완 디자이너의 설명은 명쾌하다. “기술력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설명하려면 백 마디 단어가 필요하지만, 디자인은 길고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죠. 직관적이니까요. 제품은, 기술은 참 좋은데도 주목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설명할 기회를 얻기조차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입니다. 외려 중소기업일수록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으로 레드오션을 탈출하다

우리나라 LED 산업은 중국과의 저가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더군다나 중소기업은 광고, 마케팅에 많은 예산을 쓸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 유양디앤유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던 건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두면서부터였다. LED 조명에 디자인을 가미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다.

전문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디자인을 강화하면서 제품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어낸 유양디앤유의 600w 급 LED 투광등은 경기장용 조명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었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의 NHL 아이스링크는 물론 워싱턴 기념탑, 캐나다의 소프트볼 경기장에 공급되는 등 국내외 항만, 공항, 스포츠 경기장 조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 빛을 음성, 영상으로 전환하는 VLC 동글 수신기 2. 목걸이형 VLC 송신기

3. LED 조명을 이용한 가정용 재배기 4. 600와트 투광등 제품과 디자인 스케치 작업물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지 1년 만에 유양디앤유는 LED 조명분야의 매출이 크게 늘면서 영업이익은 11억(2013년)에서 40억(2014년)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고급화한 것이 주효한 덕분. 기존 LED 시장이 국내 업체들끼리의 저가 경쟁에 내몰린 반면, 유양디앤유는 디자인을 통한 고급화 전략을 선택하면서 고수익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함께 확대되었다.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주식 상승에 이 같은 디자인 개선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디자인 투자 이후 유양디앤유 영업 이익률 추이

유양디앤유의 사례에서 보듯 디자인은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매출은 물론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식회사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디자인이 그저 외양을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라는 오해는 디자인이 가지는 경제적 효과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디자인이야말로 곧 경제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사실 제가 처음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한국디자인흥원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중소, 중견 기업과 전문디자이너를 매칭시키고 일정 기간 동안 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인 인력의 급여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유양디앤유와 인연을 맺었어요.

현장에 와보니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품디자인은 물론이고, 회사의 CI부터 홍보 책자 제작 등 디자인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았습니다. 저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 분들도 이런 현장에서 자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이나 OEM으로 일하고 있는 곳이 많다 보니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도외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ODM이라고 해도 전시회 같은 경로를 통해 만나는 기업 파트너들이 많은데 그들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것도 결국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이 가진 본질적인 장점은 마케팅이나 홍보가 없어도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고요.

또 ODM, OEM 매출에 치중하던 기업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첫 번째 변화는 바로 자체 브랜드의 생산인데요. 유양디앤유의 경우에는 이것이 LED 조명 브랜드를 통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자체 브랜드 생산의 첫째 조건 역시 디자인 역량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에 돈을 지불하는 시대입니다. 저는 삼성전기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데요, 대기업들이 디자인에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결국 그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비용에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많이 봤습니다. 디자인이야말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솔루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