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연구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36. 겸재와 진경문화(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조선의 산수로 풀어내다) - 이현경

36. 겸재와 진경문화(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조선의 산수로 풀어내다)

이현경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은 조선후기 이전까지 당시 화단에서 중국적인 화풍을 고답적으로 모방하던 풍토에서 벗어나 조선의 실경 산수에 주목하여, 금강산을 비롯한 관동팔경과 서울의 명승명소(名勝名所)를 실제 답사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조선적인 진경산수화풍을 이룬 화가로 높이 평가되어 왔다. 정선이 살았던 당시에도 정선의 화풍은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 하여 정선 이후 많은 화가들에게 반복적으로 모방되어 왔으며, 정선의 화풍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정선이라는 화가에 대한 연구는 근대에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의 작가인명사전식의 목록에 수록된 것을 기점으로 이후 한국회화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토대가 마련된 현재까지 많은 논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1) 이러한 연구의 성과들로 여타의 전통 화가들과 다르게 상대적인 양적 차이를 보이면서 정선과 그 화풍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정선에 대한 연구는 크게 정선의 작가적 생애와 그의 후원자, 정선 작품의 사(史)적 편년(編年)과 양식적 특징,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회화이론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선의 화풍에 대한 주요 논의를 살펴보면 첫째, 당시 사상적 추이와 정선의 후원자들의 성향을 토대로 정선 작품이 조선 중화주 의적 소산물이라는 논의 2) 둘째, 조선후기 정선과 교류했던 문인들의 문학적 창작론과 연결하여 문학 용어로 그의 화풍을 읽어보려는 논의 3) 셋째, 정선 작품을 당시 중국 산수화에 대한 조선의 폭넓은 수요와 관심에 따른 방(倣)작과 중국화보집과의 영향 관계 속에서 살펴보려는 논의 4) 넷째, 실경산수를 그렸다는 것에 주목하여 우리의 산수를 바라보는 풍수지리적 관점으로 연결한 논의 5) 다섯째, 정선의 역학(易學)에 대한 사상적 관심을 토대로 상수학적 원리로 그의 작품을 읽어보려는 논의 6)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의 이와 다양한 논의들은 정선에 대한 표면적 지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추려보자면, 정선의 화풍은 오랜 동양화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의 화풍을 넘어서 우리식의 독특한 창작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진경산 수화는 회화사의 틀을 넘어 문화사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할 정도로 그가 문인화가로서 시대와 사회를 읽는 독창적인 눈을 가지고 전개된 산물이라는 것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현대 디자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한국적 DNA의 요소를 우리의 전통 회화에서 찾아본다면 가장 주목해야할 화가는 겸재 정선이라는일종의 당위성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는 그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후대의 화가들에게 모본으로 인식된 점과 이후 연구자들의 폭넓은 관심의 대상이 된 이면에는 그의 회화적 기표들이 한국인의 성정을 담아 배태된 형태소라는, 그 어느 것보다 한국적인 견인물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형태소들을 좀 더 명확하고 정치하게 밝힐 수만 있다 면, 이는 현대에도 충분히 실천적으로 활용가능한 우리의 조형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고,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한국이라는 문화 국가를 정의하는 핵심 아이템을 찾아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정선의 진경산수화 중 보다 현대의 디자인과 연계될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소는 무엇일까? 정선 작품의 표층에 드러난 형태로 그의 개별적인 회화 기표의 특성을 아우르는 총체성을 보이면서 다른 작가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형태 요소로 구도와 시점(視點)을 들 수 있다. 우리의 산수화에서 구도와 시점은 회화사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는 전통적인 맥락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작품의 전체적 인상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조형 형태이다.

또한 작가의 창작적 조형 능력이 회화적 조형 요소들을 독자적인 관점으로 구조화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정선은 그의 작품의 구도와 시점을 통해 조선의 산수를 그만의 회화적 기량으로 구축하고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정선의 작가적 창작 능력을 짚어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대표성을띠는 표층 구조로 구도와 시점을 선정하고, 이 구도와 시점을 앞서의 많은 논의들과 다르게 좀 더 실증적인 데이터로서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메타적인 창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표층의 구도와 시점이 그 조형적 성격으로 한국적 견인 지점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들 내면에 존재하는 의미 맥락이 한국인의 세계관 내지는 가치관과 같은 정신사적인 맥락을 포함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정선 작품의 표면에 드러난 구도와 시점은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생성된 정선의 사상적 맥락이라는 내적 동인을 갖는다. 정선은 문인출신으로서 『주역(周易)』에 관심이 많았고, 그 중 특히 조선후기에 더욱 천문학이나 우주론과 연결되는 상수학(象數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만큼, 이러한 사실이 정선의 회화 기표 생성에 심층적 작용을 하였을 것이란 생각을할 수 있다. 또한 정선이 활동했던 조선후기는 양란(兩亂) 이후 국가적 재건과정 속에서 조선의 자생적 세계 인식이 조성되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이러한 시대적 배경 또한 정선의 작가관 생성과 그 방향을 결정하는데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당시의 산수와 국토, 그리고 우주를 파악하는 원리였던 상수학적 흐름이 정선 작품의 심층 구조로 작용하여, 정선이 조선의 자연만물, 즉 조선의 물상(物象)에 깃든 특징을 파악하는 원리로 상수학적 우주론을 활용하였다는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이면서 명확하게 살펴보는 작품으로 <금강전도(金剛全圖)>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선택하고자 한다. 이 두 작품은 그동안 완숙하고 뛰어난 필치와 독특한 구조로 정선의 대표작으로 불려왔을 뿐 아니라 각기 국보 217호, 216호로 선정되어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로 파악되었기 때문에 정선의 작품 세계를 핵심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에 따라 본 연구의 목적은, 정선의 작품 세계가 조선후기 라는 역사ㆍ사회적인 맥락 속에 조선적으로 전개된 상수학적 우주론의 관점을내포하고 있으며, 이것이 정선이 우리의 산수를 바라보는 틀로 작용되어 진경 산수화라는 정선만의 조형 언어로 표출되었으며, 특히 그의 <금강전도>와 <인 왕제색도>에 나타나는 구도와 시점이라는 형태로 압축되었음을 밝히는 것이 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선만이 갖고 있는 DNA적 속성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이상의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임진(壬辰)ㆍ병자(丙子)년의 두 차례 파괴적인 전쟁을 통해 국가적 해체 위기에 접한 후, 내ㆍ외적인 국가 체제의 전면적인 개조를 통해 국가재조(國 家再造)를 이룩하려는 조선후기라는 시대 상황에 주목하여 조선후기의 사상적 흐름과 자연관이 그 전의 상황과 어떻게 변화되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시대성에 따른 겸재 정선의 사상적 기반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시기 서학의전래에 따른 상수학적 우주론에 대한 논의가 정선의 관직(官職) 활동과 연결 하여 어떻게 정선의 학문적 기반이 되었으며, 정선의 역학(易學)과 상수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가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3장에서는 정선이 활동했던 시기의 회화사적 풍토 속에서 조성된 정선 화풍의 전반적의 구도와 시점을 구성하는 방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당시 유행했던 남종 문인화와 정선 작품에서 보이는 대각선 구도와의 관계, 그리고 명말청초 보다 현실적인 와유(臥遊)적 태도로 산수를 보는 산수화의 관점이 정선의 조망 시점과 조망 행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4장에서는 3장에서 언급했듯이 동시대 중국의 실경산수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았지만 중국과는 다르게 조선의 풍토를 반영하는 물리(物理)를 탐구하 고, 조선의 풍수지리에 연관된 회화식 지도, 그리고 성리학적 무이구곡도 등의 우리의 전통적인 회화적 자료들을 토대로 보다 사상적인 맥락에서 <금강 전도>를 그렸음을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금강전도>의 원형 구도 속의 우주 론적인 내용은 이 시기 상수학자의 논의를 토대로 해석하고, 다(多)시점으로 구성된 금강산이 체득적이며 적극적인 조망 행위를 통한 전지적 시점으로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5장에서는 상수학적 우주론에서 천지의 운행을 보여주는 태극 곡선이 형이상학적이며 관념적인 시ㆍ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실제 공간인 한양의 산과 실제 계절인 한국의 여름에 대입되어 <인왕제색도>에 적용되고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인왕제색도>의 다채로운 조망 시점에 의해 구성된 인왕산의모습들은 정선이 치밀한 관찰을 통해 이룩한 물상의 정수이며, 이는 그가 내적 심상을 외적으로 표출한 흥감(興感)의 산물이라는 것을 언급할 것이다.

...  

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1장. 서론

2장. 조선후기의 세계관과 정선 화풍의 사상적 배경

1절. 조선후기 세계관의 변화

1.1. 조선 성리학의 발달과 경험적 자연관의 대두

1.2. 자연지식의 변화와 상수학(象數學)적 우주론

2절. 정선의 사상적 배경

2.1. 정선의 관상감 천문학 겸교수 출사와 경학(經學)

2.2. 정선의 기행사경(紀行寫景)과 사상적 교류

3장. 조선후기의 회화사적 풍토와 정선의 구도와 시점과의 관계

1절. 남종 문인화와 정선의 대각선 구도

2절. 명말청초의 산수화와 정선의 조망 시점

4장. 조선적 우주론의 현현, <금강전도>

1절. <금강전도>의 원형(圓形)구도

2절. <금강전도>의 전지(全知)적 시점

5장. 천지의 운행을 형이상학적 원리로 풀어낸 산수, <인왕제색도>

1절. <인왕제색도>의 역학(易學)적 우주 구도

2절. <인왕제색도>의 와유(臥遊)와 내적 시점

6장. 결론

 

 

----------

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 



designdb logo

 

designdb logo
Tag
#한국디자인 #DNA #한국디자인DNA #K디자인 #정체성 #겸재 #진경문화 #이현경
"36. 겸재와 진경문화(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조선의 산수로 풀어내다) - 이현경"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