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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단원의 풍속화(문화재생산을 위한 디자인DNA - ‘단원다움’) - 변청자 미술학 박사 / 한국조형디자인학회 사무국장

37. 단원의 풍속화(문화재생산을 위한 디자인DNA - ‘단원다움’)

변청자

미술학 박사

한국조형디자인학회 사무국장

 

문화예술에 있어서 모더니즘(modernism)과 모더니즘 이후(post-modernism )를 구별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모더니즘이 문화를‘창조적 활동’으로 보려는 관점이라면 모더니즘 이후는 그것을 ‘생산과 소비’라는 입장에서 접근한다. 물론 이 두 가지 입장 모두에 ‘창조(creation)’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지만, 그것이 적용되는 범위는 사뭇 다르다.

창조란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든다는 의미로서, 없던 것[無]이 생겨나는 [有] 것이라는 의미와 기존에 있던 것(old)을 다르게(new) 인식하거나 경험하게 하는 것 모두를 함축한다. 전자가 절대적 새로움의 창출이라면 후자는 상대적 새로움의 재생산이다. 따라서 모더니즘 시기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절대적 새로움을 추구해 왔다면, 모더니즘 이후에는 상대적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더니즘 사회에서는 물질이나 형식의 발견을 통한 산업적 생산에 주목했으나, 모더니즘 이후 사회에서는 기존의 것에 대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재생산에 주안점을 두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관심은 새로움의 창출 내지는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 는가 하는 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왜냐하면 만일 우리가 새로움의 생산 메커 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문화는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움의 생산과 관련해서, 옛말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또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은 천재의 어머니’라는 문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두 가지 표현에서 우리는 새로움의 창조가 그만큼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좀 더 깊게 파고든다면, 새로움이란 비교의 문제, 내지는 해석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창조적 새로움’을 실제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예술가가 되었으며, 그들이 만든 것이

곧 예술작품이 되었다. 말하자면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가 자신

의 예술적 유전자를 십분 발휘하여 현실세계의 기물(器物)과 생각들을 독특한화면을 통해 작품으로 구현하였듯이 예술가는 자신이 보유한 심미안(審美眼) 과 미의식(美意識)이라는 정신적 DNA를 독특한 기술(技術)로 전환하여 특별한 물질(物質)로 승화(昇華)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에 ‘예술품(藝術品)’ 이나 ‘명품(名品)’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이들 예술품이나 명품은 작가개인의 창작물이라기보다 그 시대나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문화사회학적 정의를 충분히 수용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특정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개별 예술가가 보유하고 있는 미의식과 기술력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자 그것을 통해 한 시대나 사회의 조형의식을 가늠하게 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줄기차게 ‘한국성’ 내지는 ‘한국적 미의 식’에 관해 모색해 왔다. 특히 ‘세계화’(Globalism) 1) 의 물결 속에서 한국 성에 대한 관심은 문화예술 뿐 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세계적인 문화는 세계 최고의 문화라는 비교 가치 측면에서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성을 담보로 한 자국의 문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함으로서 형성될 수있다는 점에서 한국성에 대한 고찰은 전통문화의 문화적 재생산(cultural reproduction)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번 연구 주제인 ‘단원의 풍속화에 나타난 한국인의 조형의식’은 이와 같은 ‘한국성’에 대한 고찰의 일환이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 ?

)에 관한 그간의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그의 생애에대한 관심을 반영한 인물에 대한 연구이며, 다른 하나는 작품을 중심으로 한연구이다. 전자의 경우,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라는 점과 함께 중인 출신이라는 계층적 한계와 화원이라는 직업적 제한을 뛰어넘는 그의 예술혼과 관료로서의 업적 등을 한 인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조망한 것이다. 후자 역시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가 남긴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고찰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의 작품에 드러난 이미지들을 통해 당대의 시대적 특징이나 사회상을 분석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연구들이 김홍도나 그의 풍속화를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의 주제가 ‘단원의 풍속화에 나타난 한국인의 조형의식’인 만큼 본 논문에서는 단원의 작품이 다른 풍속화가들의 작품과 구별되는 특징과 그것이 한국적인 미의 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한 조형적인 측면에 한정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 지닌 미적 가치나 역사적 의의를 도출 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전통 풍속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에 관해 서술할 것이 다. 이러한 연구는 풍속화를 지나간 시대의 산물로 볼 것이 아니라 당대(當 代, contemporary)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한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오늘날의 시각문화 환경 하에서 풍속화를 우리 시대의 사회 문화를 담아내는 하나의 장르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단원의 풍속화를 고찰하는데 있어서, 먼저 그의 작품에 나타난 시대 성과 미적 가치를 조형적 측면에서 분석하여 단원 풍속화에서의 한국적 디자 인DNA를 도출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단원 풍속화에서 도출한 디자인DNA를 ‘아름다움’에서의 ‘-다움’과 융합된 ‘단원다움’으로 개념 화하고, ‘단원다움’이 잘 드러난 대표디자인 작품을 선정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사회에서 가치 있는 문화재화, 즉 디자인DNA로서 재생산될 수있는 타당성과 근거를 도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프랑스의 문화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 예술이 하나의 독립된 문화장(cultural field)으로 성립될 수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속성으로 상대적 자율성(relatively autonomyy)과 구조적 동형성 (structural homology)을 언급한다. 상대적 자율성이란 예술이 여타의 다른사회장(social field)들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기준 내지는 규칙을 보유하고 있다는 면에서 성립한다. 말하자면 하나의 생산물이 일반적인 사물이나 상품과구별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율성은 상대적으로만 자율적이며, 사회전체와의 관계에서 본다면 다른 여타의 사회장들과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점이 바로 개별장의 자율성을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자율성으로 제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부르디외의 이러한 장이론(Field Theory)은 특정시대의 예술현상이나 특정 작품의 역사․사회적인 구조를 밝힘 으로써, 다양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해석되고 재사용될 수 있는, 즉 재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에 산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본 연구에서는 풍속화가 조선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전개될 수 있었는지를 장이론의 배경 위에서 밝히고, 단원의 풍속화가 여타 작가들의 풍속화와 구별되는 조형적 가치를 ‘단원다움’ 으로 특성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 1부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방법 및 내용 등을 개략적으로 밝히 고, 제 2부에서는 디자인DNA의 기초 연구로서 단원의 풍속화에 담긴 조형미를 ‘단원다움’으로 도출한다. 먼저 단원의 풍속화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풍속화의 기원과 의미, 역사적 전개 양상과 유형들을 살펴보고, 단원 풍속화의 사회적 위계를 위치 짓는(position -taking) 조선 후기의 풍속화에 관해 고찰한다. 그런 후 단원의 풍속화를 분석하고, 단원의 풍속화 속에 구현되어 있는 한국적 미의식으로서의 ‘단원다움’을 1) 배경삭제를 통한 관람자 중심의 시각과 현재성, 2) 화면 구도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3) 칼리그래피적 운필 묘사를 통한 감성적 표현, 4)과학적 관찰과 과감한 변형이 중첩된 해학의 코드화라는 4가지 속석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원다움’은 근본적으로는 단원 풍속화의 특수한 속성이지만, 동시에 이것이 당대의 일상적인 삶과 그 현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보편적미의식의 한 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제 3부에서는 단원의 풍속화 중 현대사회에서 문화재생산 가능한디자인DNA인 ‘단원다움’이 잘 드러난 대표디자인으로 『풍속화첩』에 수록된 25점의 풍속화 중에서 5점을 선정하고, 이들 작품에 드러난 주제와 표현 형식, 화면 구성 및 필법 등을 분석함으로써 ‘단원다움’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는지를 밝혀 대표디자인에 대한 평가와 선정의 타당성을 제시 한다.

...  

보고서 도입부에서 발췌

 

 

목차

 

제1부 연구개요

1장 연구배경 및 목적

2장 연구방법

3장 연구내용

제2부 디자인DNA 기초 연구

: 단원 풍속화에 담긴 조형미, ‘단원다움’

1장 풍속화의 기원과 의미: 역사성과 현재성

2장 풍속화의 역사적 전개와 유형

3장 조선 후기의 풍속화와 단원의 풍속화

4장 단원 풍속화의 조형미와 현대성 - ‘단원다움’

제3부 대표 디자인

1장 추천 대표디자인

2장 대표디자인 선정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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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2010,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 한국디자인DNA 발굴 사업은 한국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과 기술 요소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건축, 가구, 의복, 도자, 인문, 예술 각 분야에서 한국의 고유한 조형 의식의 원형과 정체성이 잘 나타난 한국적 디자인의 대표 사례 141개를 찾아 정리하였고, 연구과정 중 50개 주제로 한국디자인DNA를 소개하는 심화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본 보고서는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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