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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 콘텐츠(8)] 패브릭의 시작점, 섬유

CMF 콘텐츠(8)

패브릭의 시작점, 섬유

 

시       기 : 2023년 8월 ~ 12월 

주관기관 : 한국디자인진흥원

작      성 : 감매거진

담당부서 : 데이터플랫폼실

목적 및 배경 : 한국디자인진흥원의 CMF 온라인 아카이브 콘텐츠 개발사업 일환으로, 감 매거진(건축재료 단행본 브랜드)이 제품디자인 CMF에 활용 가능한 소재 및 기술 정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로 주제 별 총 12건 게재 예정)

 

패브릭은 직물, 천, 텍스타일 등 여러 단어로 불린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쓰는 경우는 드물다. 텍스타일은 ‘짜여진’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텍스틸스’와 ‘짜는 것’을 의미하는 ‘텍세레’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실을 수직으로 교차해 만드는 직물만을 뜻했으나 요즘에는 섬유와 실을비롯해 부직포, 펠트, 레이스 등 섬유로 만든 소재를 모두 포함한다. 패브릭은 텍스타일보다 좁은 의미로 원단을 뜻한다. ‘짓다’, ‘짜 맞추다’라는 뜻의 라틴어, ‘패브리카레’에서 유래한 단어로, 재료보다는 섬유를 조합해 조직을 만든다는 구조적인 의미에 가깝다.
 



패브릭의 시작점인 섬유는 실을 만드는 기본 단위이자 원료다. 패브릭의 원료로써, 기능을 결정하고 용도를 좌우한다. 자연에서 나는 것부터 실험실에서 개발돼 화학기호로 불리는 것까지, 종류 또한 다양하다. 섬유는 여러 과정을 거쳐 제품이 된다. 먼저 섬유를 잇고 엮어 원료가 되는 실, 원사를 만든다. 원사를 조합해 면으로 제작한 것은 원단이라 하고 제작 방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한다. 원사를 수직으로 교차하여 짜면 직물이 되고, 뜨개질하듯이 고리를 만들고 이어 엮으면 편성물, 무작위로 압축하면 펠트가 된다. 원단은 염색, 재단, 표면 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자재로 가공하고, 제작한 부재들을 봉제해 제품으로 완성하거나 공간에 설치한다. 화학적 구성과 형태, 물성에 따라 최종 제품의 모습과 기능, 특성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섬유의 역사

섬유의 역사는 인간이 몸을 가리기 위해 식물을 걸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무 껍질이나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걸쳐 신체를 보호했다. 인류는 거칠고 뻣뻣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법을 고민했고, 점차 짐승의 털가죽이나 나무 껍질을 잘게 찢어 실을 만들고 직물을 짜는 기술을 습득했다. 스위스에서 발견된 아마 소재의 옷과 어망은 기원전 1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어, 인류가 최초로 옷을 지었다는 기록으로 여겨진다. 그 밖에도 인도에서는 5천 년 전의 면직물이, 중국에서는 4천 5백 년 전의 견직물이 발견되었다. 이후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에서 나는 천연섬유로 원단을 만들고 생필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섬유를 만들기 시작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함께 면방직 산업은 급격히 발달했다. 섬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천연섬유만으로는 물량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지자 여러 화학자들은 섬유를 제조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1891년 영국의 화학자 크로스, 베반과 스턴이 최초의 인조섬유인 비스코스 레이온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인조섬유는 약하고 불에 타기 쉬운 레이온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롭게 개발되고 대량으로 생산된다. 한편, 1926년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는 “섬유는 선형의 작은 분자들이 긴 사슬 형태로 모인 고분자”라는 사실을 발표한다. 이후 화학자들은 앞다투어 선형의 고분자 화합물을 합성해 새로운 섬유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한다. 그 결과 1938년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 소속 화학자인 월러스 캐로더스가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발명한다. 뒤이어 아크릴, 폴리에스터를 비롯한 여러 합성섬유가 개발되었고 지금까지도 의류, 포장 산업에 활발하게 쓰인다.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와 탄성 또는 내열성, 난연성이 매우 뛰어난 슈퍼섬유가 등장한 이후에는 건축을 비롯해 자동차, 항공 등의 산업재료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섬유와 기술의 만남

섬유는 최근 기술과 접목되면서 철보다 단단한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건물에 외장재로 사용되는가 하면 수소 경제의 핵심 소재로 섬유가 꼽히기도 했다. 그동안 섬유소재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마감재로 오랫동안 쓰여왔다. 최근에는 마감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슈퍼섬유를 조직으로 하는 섬유강화 복합재료를 개발하여 금속,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재료를 대체하고 있다. 섬유는 앞으로도 건축 속 많은 곳에 쓰일 것이다. 섬유는 비중이 0.9~1.5 정도로 매우 가볍고, 원사 굵기를 수십 나노미터(nm)까지 가늘게 할 수 있다. 또한 물성이 유연하면서 강하고 섬유집합체의 구조설계에 따라서 성질을 다양하게 발현할 수 있어 여러 산업 분야에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산업용 섬유는 건축, 토목, 전기·전자, 공업 등 전 산업과 연관되어 기능과 성능을 높이거나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성 같은 역학적 성질과 내열성, 내알칼리성, 내산성 등의 화학적 성능을 향상시킨 슈퍼섬유가 산업자재로 자주 이용된다. 슈퍼섬유는 20g/denier(2.2Gpa) 이상의 강도와 500g/d(55Gpa) 이상의 탄성률을 갖는 소재를 지칭한다. 아라미드, 탄소섬유, 초고분자량 폴리에스터 섬유 등이 이에 해당하고 건축에서 보강재, 내·외장재 등으로 쓰인다.




건축 속 슈퍼섬유의 활용

거대 막구조용 섬유재료 - 막구조는 경량의 막재료를 이용해 내부 공간을 만드는 구조를 뜻한다. 섬유는 막구조의 핵심소재로, 막재membrane,케이블, 보조재supporting structure에 쓰인다. 막재로 사용하는 패브릭은 대개 코팅한 섬유로 만든다. 이를 이용해 만든 직물은 물리적 강도가 높고, 화학적 반응성이 낮아 외부에 사용해도 손상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유리섬유 직물에 불소와 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물질을 코팅한 PTFEpolytetrafluoroethylene, 폴리에스터에 PVC를 코팅해 만든 직물인 PVFpolyvinyl fluoride, 유리섬유에 실리콘을 코팅해 만든 직물 등을 많이 쓴다. PTFE는 불소가 포함된 물질로 표면을 가공해 자정작용이 우수하다. 주로 경기장과 같은 대규모의 막구조 건축물에 쓰인다.
 



건축물 보수 보강용 섬유재료 - 1994년 미국에서 발생한 노스리지 지진, 1995년 일본의 한신·아와지 대지진, 1999년 대만 대지진 등 규모가 큰 지진이 차례로 발생하면서 내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기존에 보강재로 사용하던 철재는 무게가 무거워 구조물에 걸리는 하중을 증가시켰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탄소섬유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탄성이 우수하고 강도가 높아 유연하고 튼튼한 직물을 만든다. 또 무게가 가벼워 하중의 부하를 줄이면서 작업성을 높인다. 이를 보강이 필요한 구조물에 감싸서 고정하면 직물이 충격을 완화하면서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이미 파손된 부위는 균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막아주므로 지진 보수용으로도 자주 쓰인다. 보강재로 탄소섬유를 찾는 사례도 급격히 늘었다. 고베 지역에서는 한신·아와지 지진 이후 파손 부위에 이러한 ‘탄소섬유 시트 보강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입체트러스용CFRP섬유재료 - 섬유강화 복합재료는 뛰어난 강도와 높은 성형성을 함께 겸비해 구조체를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최초로 이용한 건물은 일본 섬유 기업 도레이TORAY사로, 1997년 에히메 공장 식당동의 지붕에 탄소섬유복합재료형CFRP 입체 트러스를 적용했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입체적으로 조합한 이 구조물은 강철로 만든 것보다 중량이 매우 가볍다. 무게가 가벼우니 작업성이 높아져 공기를 줄일 수 있었다. CFRP로 만든 800개의 경량 부재를 지붕 형태로 만드는 데 걸린 기간은 단 4일로, 6명의 작업자가 지상에서 손으로 하나하나 조립해 만들었다. 완성된 트러스 지붕은50t의 크레인 두 대로 한 번에 들어 올렸고, 지상 6m에 달하는 높이에서 10개의 철골기둥 꼭대기에 설치하기까지 고작 30분이 걸렸다. CFRP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은 크기의 지붕을 강철 트러스로 만들었다면 무게가 약 18t에 육박하여 더 큰 규모의 수송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CFRP를 사용한 입체 트러스의 건설은 지금도 활발하다.
 



탄소섬유를 수지와 섞은 섬유강화 복합재료는 철근콘크리트에서 철근을 대체하는 재료로 두각을 보인다.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37층 규모의 아크힐즈 모리 빌딩은 피치계 탄소섬유를 혼합한 복합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피치계 탄소섬유는 석유 잔류물을 방사해 만든 소재로, 제법에 따라 탄성률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공사에 사용된 피치계 탄소섬유는 약 160t으로, 약 4,000t의 철근과 같은 성능을 낸다. 이는 종래에 비해 외벽 중량을 60%, 지진하중을 12% 수준으로 낮춘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 밖에도 압축력, 인장력과 같은 기계적 강도, 접착 강도가 높고 용해도와 화학적 반응이 우수한 PVA(Polyvinyl Alcohol, 폴리비닐알코올), 강도와 탄성, 내열성이 우수한 아라미드 섬유, 그리고 물보다 가벼우면서 높은 강도와 탄성을 갖춘 초고분자량 폴리프로필렌 섬유가 콘크리트 보강재로써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건축가 톰 메인이 이끄는 건축설계사무소 모포시스는 기존의 재료를 건축에 새롭게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구조와 기술을 개발한다. 국내에 설계한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와 세종 엠브리지 타워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엿보인다. 그는 얇은 가닥에 지나지 않는 유약한 섬유를 합성수지, 콘크리트 등과 혼합해 가볍지만 튼튼한 건물의 옷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해 구조체를 제작하고 시공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모포시스 임성수는 “패브릭을 건축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세대에는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패브릭 원료에서 산업의 미래를 엿보다

 

그간 의류 소재 정도로만 여겨지던 섬유는 오랜 연구를 통해 용수철의 탄성과 철의 강도를 얻었다.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섬유가 산업 자재의 핵심 원료가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탄소섬유는 자동차, 교량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며 미래 소재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연간 2,000t에 달하는 물량을 생산한다. 올해에는 생산라인을 2개로 증설해 생산량을 연간 4,000t으로 늘리고, 2028년에는 10개의 생산라인을 확보해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양에코텍은 직접 직조한 원단으로 블라인드, 벽지를 비롯한 여러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인테리어 직물 기업이다. 1994년 블라인드 사업으로 처음 건자재 시장에 뛰어든 이후, 섬유와 플라스틱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소재를 개발해 건축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박인규 연구소장은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다. 소재에 대한 연구가 쌓일수록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 말한다.​ 


* 더 많은 CMF 정보 확인 : CMF 온라인 아카이브 (dkworks.designdb.com)

* 원문 및 작성 :  감매거진 (garm.8ap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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