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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 콘텐츠(10)] 우드 오디세이 그 여정의 한가운데, 목재

CMF 콘텐츠(10)

우드 오디세이 그 여정의 한가운데, 목재

 

시       기 : 2023년 8월 ~ 12월 

주관기관 : 한국디자인진흥원

작      성 : 감매거진

담당부서 : 데이터플랫폼실

목적 및 배경 : 한국디자인진흥원의 CMF 온라인 아카이브 콘텐츠 개발사업 일환으로, 감 매거진(건축재료 단행본 브랜드)이 제품디자인 CMF에 활용 가능한 소재 및 기술 정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로 주제 별 총 12건 게재 예정)

 

목조건축이 일찌감치 발달한 북미와 유럽에서는 목재를 이용한 초고층 건물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재료의 한계에 도전한다.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우드스크레이퍼Woodscraper는 어느새 목조건축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더해지면서 목조건축의 문턱은 다시 한번 낮아졌다. 특히 수천 개의 부재를 분류하는 3D 엔지니어링과 불규칙한 곡면도 거뜬히 구현하는 CNC 공법은 가공이 어렵고, 과정이 번거로운 목구조의 단점을 해소한다.

 

 



목재에 형태를 불어넣는 방법

초기의 목조건축은 기둥을 세우고 나무껍질이나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지붕을 올리는 방법으로 지어졌다. 부재가 만나는 부위는 끈이나 식물의 줄기로 묶어 고정했는데, 이것이 홈을 내고 끼우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짜맞춤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짜맞춤은 연결철물이 발달하기 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목재를 접합하는 주된 방법으로 쓰였다. 짜맞춤의 기본은 부재를 서로 끼워 맞출 수 있도록 단면에 암수를 두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쪽에 구멍을 뚫었다면 다른 부재는 돌출되게 가공해서 둘을 결합하는 원리다. 목수들은 더 견고하면서도 아름답게 결구하는 법을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결과 다양한 방식이 개발됐다. 지금은 부재의 형상이나 부위, 결구부가 드러나는 정도를 고려해 적절한 짜맞춤 방식을 선택하여 적용한다.

 

 



부재의 형상은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 끌과 망치로 홈을 파면 각진 형태를 띠고, 드릴을 사용하면 끝이 둥글어진다. 그래서 수작업으로 만든 것과 공장에서 제작한 부재는 서로 형상이 다르다. 기계로 작업하는 경우에는 반지름값을 감안해 맞춤 부위를 계획해야 한다. 재료에 따라서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달라진다. 원목을 짜맞춤하는 경우에는 수축팽창이나 결 방향까지 생각해서 암수를 정한다. 그러나 물성이 균일한 공학목재가 등장하면서 과정이 간소해졌다. 요즘에는 다월이나 도미노, 비스킷 등의 하드웨어나 접착제를 함께 사용해 더 간편하게 체결하고, CNC나 3D프린팅 기계로 정밀하게 가공해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CLT

최근 목조건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대형화와 고층화다. 2017년 캐나다에 지어진 18층 규모의 빌딩 '브록 커먼스'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오스트리아의 '호호 비엔나'와 노르웨이의 '미에스토르네'가 잇달아 완공되며 불과 1~2년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이 빠르게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2041년까지 70층 규모(350m)의 목조건물을 완공하는 W350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계 각국에서 열 올리는 고층 목조건축이 가능해진 데에는 CLT의 영향이 크다. CLT는 일정한 두께로 제재한 목재를 여러 개 모아 집성하고, 이 판을 층층이 쌓아 두껍게 만든 판상재이다. 수평으로 가해지는 힘에 강해 내진 성능이 뛰어나고 기존의 공학목재와 비교해 단열성과 차음성, 내화성이 개선됐다. 그간 개발된 다양한 공학목재 중에서도 유독 CLT만 이렇게 독보적인 물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LT의 장점

비결은 목재를 집성하는 방식이다. 구조용 집성재가 제재목을 나뭇결 방향대로 켜켜이 쌓는다면, CLT는 직각으로 교차하며 적층한다. 그러면 결의 길이가 긴 면이 수직, 수평 방향으로 번갈아 나타난다. 이렇게 제작한 자재는 한 방향으로 집성한 것보다 수축팽창이 적고 뒤틀림이나 균열에 강하다. 두 번째는 목재의 두께다. 얇게 켜낸 판을 쌓아 만드는 합판과 달리 CLT는 두께가 6~50mm인 제재목을 적층한다. 합판이 종이를 겹치는 방식이라면 CLT는 블록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덕분에 비중 대비 압축강도가 콘크리트의 9배에 달할 정도로 견고하고 열을 품는 축열 성능도 우수하다. 뛰어난 물성은 판상재라는 형태와 만나 그 활용도를 더욱 극대화한다. CLT는 나뭇결을 교차하며 쌓기 때문에 일반적인 집성재와 달리 모든 방향에서 오는 하중을 견딜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두께와 길이로 제작이 가능하고 적용 부위도 벽이나 바닥, 천장에 관계없이 자유롭다. 철근콘크리트의 대체재로 자리 잡고, 고층이나 대형 빌딩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이 덕분이다. CLT는 콘크리트보다 무게가 5배 이상 가벼워 작업이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또한 공장에서 정밀하게 가공하기에 작업이 빠르고 완성도도 높다. 여러 재료와 조합이 가능해 원하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무방비 상태로 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빠르게 손상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하는 방법은 꾸준히 연구 중이다.

 

 



국내 CLT의 현주소

전 세계가CLT에 주목하며 산업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단계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경민산업, 중부목재사업본부, 화천군청정산업진흥재단 세 곳에서 자재를 생산한다. 그러나 수요가 없다 보니 실제 건축물에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산림조합중앙회 송현호 유통지원부장은 “2018년에 장비를 도입했지만 2021년 5월 KS 기준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상용화가 가능해졌다”며, “아직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에서도 아직까지는 CLT 사업에 소극적이다. CLT는 주목받는 재료이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점이 많다. 비교적 최근에 쓰이기 시작한 재료라 품질이나 가격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목재의 고질적인 단점인 방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철근콘크리트 구조 중심인 법규와 시스템도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

 

 



구축 방법의 진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도입되면서 일일이 손으로 만들던 생산방식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변모했다. 건축자재 또한 마찬가지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접목하면서 기계로 대부분의 공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목조건축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하는 기술이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부재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활용하며 특히 가공공정에서 자주 쓰인다. 관련된 기술로는 워터젯, 샌드블라스트, 벤딩 등이 있고, 그중에서도 열을 가해 부재를 재단하는 레이저 커팅과 날물이 회전하면서 부재를 자르는 CNC 라우터 가공, 그리고 원료를 켜켜이 쌓아서 형태를 만드는 3D프린팅을 많이 이용한다. 목재는 틀에 부어서 모양을 만드는 콘크리트나 녹이고 굳히는 것이 가능한 금속에 비하면 구현할 수 있는 형태가 한정적이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이러한 목재의 한계를 허물었다. 이제는 목재로도 복잡한 비정형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공간을 섬세하게 구축하는 프리패브리케이션

공장에서 부재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해 건물을 완성하는 건식 공법이다. 도로가 협소하고 주변 대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도심에서 효율적이다. 프리패브리케이션은 조립 정도에 따라 프리컷과 패널라이징, 모듈 구조로 구분한다. 프리컷은 공장에서 부재를 재단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처음 기계로 부재를 제작한 때는 1970년대로 일본에서 지붕을 지지하는 서까래를 만든 것이 시초다. 현재는 기둥이나 보 같은 구조재부터 벽이나 바닥에 덧붙이는 합판까지 다양한 부재를 가공하는데 쓰인다.

 

 



공장에서 프리컷 부재를 조립해 패널 형태까지 만들고 현장으로 운반해 설치하는 패널라이징 방식은 일반적으로 바로 벽체나 바닥이 될 수 있는 상태로 제작한다. 그래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한 자재의 크기와 수량을 결정하고, 조립 단계에서 기밀이나 방수를 위한 설비, 장치 등을 추가로 설치한다. 컨테이너나 철제 모듈이 보편적이었지만 건축에서도 친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목재를 활용한 모듈이 등장했다. 그중 눈에 띄는 점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활용한 조립 방식이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마티아스 콜러는 로봇에 부재의 형태와 크기, 위치, 조립 순서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공하고, 정해진 위치에 배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못이나 볼트로 부재를 조립하기만 하면 돼 현장에서의 작업을 더욱 줄일 수 있다.

 

 



CNC 공법 사용설명서

CNC 공법을 이용하면 간단한 구조의 가구나 원하는 디자인의 소품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CNC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내장한 기계 또는 이를 이용해 가공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기계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장치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CA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료를 두 자리 숫자로 이루어진 G코드로 변환하여 기계를 작동시킨다. 건축에서는 이를 이용해 목재나 금속,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가공한다. 이러한 방식을 CNC 공법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공은 재단, 각인, 홈파기, 조각 등으로 다양하다. CNC를 이용하면 한 설비에서 쉽게 동작을 바꿀 수 있어 여러 작업을 할 때 효율적이다. 하지만 날의 이동 속도가 느려서 직선 재단 같은 단순한 작업은 오히려 능률이 떨어진다. 주로 일정한 품질로 대량생산 하거나 복잡한 형상을 만들 때 사용한다.

 

 



도시 속으로 들어온 목재건축

2020년 목조건축의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목재 친화 도시’에 한 발 가까워졌다. 목재 친화 도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관련하여 산림청이 함께 주관하는 부처 협업 사업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을 목조건축으로 대체하여 탄소 배출도시를 탄소 저장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도시에 목재 건축물이 많아지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먼저 공동주택의 차음 기준이나 내화 기준을 목구조에 맞도록 조정해 대규모 목조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공공건축물 목재 이용 의무화’ 법령과 같이 공공건축물을 신축할 때 목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목재를 잘 이해하는 목구조 시공·관리 기술자를 지속해서 배출하는 것 또한 시공이나 설계 하자를 줄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 더 많은 CMF 정보 확인 : CMF 온라인 아카이브 (dkworks.designdb.com)

* 원문 및 작성 :  감매거진 (garm.8ap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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