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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 콘텐츠(12)] 친환경 소재, 종이

CMF 콘텐츠(12)

친환경 소재, 종이

 

시       기 : 2023년 8월 ~ 12월 

주관기관 : 한국디자인진흥원

작      성 : 감매거진

담당부서 : 데이터플랫폼실

목적 및 배경 : 한국디자인진흥원의 CMF 온라인 아카이브 콘텐츠 개발사업 일환으로, 감 매거진(건축재료 단행본 브랜드)이 제품디자인 CMF에 활용 가능한 소재 및 기술 정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로 주제 별 총 12건 게재 예정)

 

 

탄소중립 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종이가 있다. 종이는 왜 친환경 재료라 불리는 걸까? 소재를 더 친환경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 실천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종이는 나무로부터 만들어진다. 이 사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소재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종이는 천연림이 아니라 조림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 나무를 원료로 한다. 쌀을 얻기 위해 논을 일구듯 계획적으로 숲을 조성하여 종이의 원료가 될 나무를 키우고, 베어낸 자리에는 새 묘목을 심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나무는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삼림에서 났음을 증명하는 인증을 받고, 이들 목재만이 종이의 재료가 될 기회를 얻는다. 또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적정한 크기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산림을 솎아주는데, 이렇게 간벌하는 목재 중에서 등급이 낮은 것만을 원료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나무를 재료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낮은 등급을 이용하고, 베어낸 자리에는 더 많은 양을 심어 산림을 살리는 것이다.​



 

 





종이를 친환경 소재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재활용 비율과 생분해되는 물성이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40%가 채 되지 않는 반면, 종이는 78%에 달한다. 게다가 수명을 다한 종이는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한국제지연합회에서 발간하는 「제 지계」 548호의 자료에 따르면, 금속 캔은 분해되는 데 50년, 플라스틱은 450년, 비닐은 500 1000년, 유리병은 100만 년이 걸린다. 그에 반해 종이는 대략 6개월 정도면 모두 사라진다.

 

 







종이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방법

 

종이는 그 자체로도 지속가능한 자자원이지만, 업계에서는 제조 과정에서도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무엇보다도 종이의 생산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물의 사용에 심혈을 기울인다. 제조 과정에서 사용한 물은 절반 이상을 다시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폐수를 정화해 다른 공정에 활용하고, 일부 업체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해 석유화학 기반 물질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친환경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은 바로 재활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폐지 재활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기술 또한 손꼽힐 정도로 우수하다. 폐지가 들어오면 제조사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정선(스크리닝)과 원심분리, 잉크를 응집시켜 분리하는 부상부유 등의 기술을 병행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더불어 분쇄, 분급, 고해 공정을 통해 약해진 섬유의 물성을 개선한다.​







친환경의 역설

 

소재의 장점이 재조명되면서 종이는 화장품,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진가가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유통산업이다. 예전부터 종이 팩이나 박스, 포대 등으로 활발하게 쓰였지만,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로 종이가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물성이 개발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 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단편적으로 냉동식품을 배송할 때 사용하던 스티로폼 박스는 골판지 상자로 대체되고 있다. 냉매제를 담는 PVC 소재의 아이스 팩은 종이 팩에 물을 채워 얼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종이가 모든 문제에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성이다. 밀폐력이 뛰어난 플라스틱과 달리 종이는 차단성이 약해 산소를 비롯한 외부 물질이 쉽게 투과된다. 식자재나 화장품처럼 내용물이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산업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에 제지사는 종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여러 연구를 진행한다. 식품과 화장품 분야에서는 원지의 물성을 개선하거나 코팅 물질을 바꿔 차단성을 높인다. 배달의민족은 플라스틱 코팅을 줄이기 위해 수용성 물질을 코팅한 포장재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미 활발하게 이용하는 종이 완충재는 강도를 높이고 제작 단가를 낮춰 적용 분야를 넓히는 데 힘쓴다. 물건을 오랫동안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던 시절, 플라스틱이 최고의 포장재였던 것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따라 포장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종이 역시 지금은 이상적인 포장재라 여겨지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친환경 시대로 향하는 기로에서 여러 시도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고자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소재에서 시작하는 친환경 패키지

 

물건을 보관하는 상자나 포장에 사용하는 종이를 일컬어 포장용지 또는 산업용지라 부른다.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운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강도를 갖춰야 한다. 이 밖에도 쓰임에 따라 인쇄성이나 차단성, 위생 등 여러 기능이 요구된다. 식품 유통기업 마켓컬리는 이 모두를 적용한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행해 2019년 한 해 동안 4831t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독일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스티로폼이나 비닐 에어캡 대신 제품 형태에 맞춰 재생펄프로 제작한 몰드를 사용한다. 가구기업 이케아에서는 플라스틱 패키지를 단계적으로 교체해 2028년에는 모든 제품에 종이처럼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를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장재는 물건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이 끝나면 금세 폐기물이 되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기업은 친환경 포장을 고민하지만 자력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친환경 패키징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친환경 패키지를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리베이션의 이민성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재활용, 재사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 쓰듯 소비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리베이션에서는 직접 대체 소재를 개발한다. 그들의 손길을 거치면 커피박(커피 찌꺼기)이나 석회석, 목분 같은 폐기물도 제품의 원료가 된다. 한솔제지에서는 배리어 코팅 기술을 접목 한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를 개발해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존의 연포장재를 대체한다.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톤28은 직접 크라프트지를 원료로 한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 화장품이 나오는 토출구와 뚜껑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이로 이루어져 있다.​

 

 







일회용품처럼 한번 쓰고 버려지는 포장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소재를 연구하려면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고, 포장재로 제작하는 과정 역시 너무도 복잡한 탓에 대부분의 기업은 디자인과 생산을 분리하여 진행한다.​


 

 





종이 연대기

 

깨끗하게 분리하여 배출한 종이는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다만 이러한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열지나 합성지, 기름종이와 같이 물에 녹지 않는 기능지나 이물질이 묻은 종이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어 생을 마무리한다. 이물질을 제거한 인쇄용지나 신문지는 활용의 기회를 얻는다. 종류별로 묶인 폐지는 약속된 배출 장소에서 수거하여 중간처리업체로 옮겨지고, 이곳에서 한 번 더 선별, 압축작업을 거친 후 제지업체로 보내진다. 버려진 종이는 다시 펄프로 돌아간다. 폐지를 물과 약품에 섞고 작은 입자로 풀어질 때까지 저어주면 종이에 남아 있던 불순물도 자연스레 떨어져 나간다. 때로는 별도로 표백 과정을 거쳐 잉크를 제거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천연펄프를 만들 때와 같은 공정을 지나 재생펄프로 재탄생한다. 다만, 재생펄프는 천연펄프보다 색이 어둡고 섬유가 짧아 종이로 만들었을 때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천연펄프와 섞어 사용한다. 한데 뒤섞인 두 펄프는 다시 한번 예전의 과정을 거쳐 종이의 모습을 되찾는다. 1t의의 종이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천연펄프만 사용한 종이는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하지만 재생지는 여기서 최소 10그루의 나무를 절약한다. 이는 곧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인쇄용지의 10%만 재생지로 바꾸어도 날마다 760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친환경 실천이 가져올 변화

 

그러나 종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역설적으로, 플라스틱이나 콘크리트만큼은 아니지만 종이 또한 제조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원료가 될 나무를 키우는 조림지는 생산성을 높이고자 획일화된 수종을 심기에 건강한 생태계와는 거리가 멀다. 또 재활용을 한다지만 전단지는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지, 파쇄한 종이는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못한다. 그렇게 여전히 많은 종이가 쉬이 버려진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폐기물을 만들고 플라스틱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 소재를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숲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어 만든 종이, 그 친환경성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종이 1t을 재활용하면 30년생 나무 17그루를 살리고, 이산화탄소를 500만t 이상 줄일 수 있다. 재활용률을 1% 높이는 것은 30년생 소나무 75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다. 우리가 종이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하면, 재활용을 거쳐 다시 종이로 돌아온다. 이러한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게 된다. 어떤 소재이든 과도하게 사용하면 환경에 해롭다. 앞으로 주변의 더 많은 물건이 종이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종이는 오늘보다 내일 더 중요하고, 지금부터 더 많이 고민해야 할 재료다.

 

* 더 많은 CMF 정보 확인 : CMF 온라인 아카이브 (dkworks.designdb.com)

* 원문 및 작성 :  감매거진 (garm.8ap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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