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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야기보따리 - 서울디자인재단, 2014

 이 보고서는 전통시장의 새로운 가치를 재조명하고 디자인의 역할을 탐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시민디자인연구소가 주관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감기획단을 구성, 전통시장의 현황과 가능성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디자인공감에세이는 시민 중심의 접근을 통해 시민과 전문가 간의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전통시장이 지닌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알린다. 보고서는 전통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에세이 형태로 담고 있으며, 전통시장의 미션 수행, 시간 시장, 나만의 상상 속의 방 꾸미기, 시장의 미래 모습 등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활동을 통해 시장의 잠재력을 탐구한다. 또한, 시장의 아이덴티티, 시장 유산 탐험, 시장에서의 즐거운 걷기 등을 통해 시장이 가진 독특한 문화와 가치를 강조한다. 공감기획단의 활동은 시장의 본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디자인을 통해 이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통시장의 디자인적 개선이 경제적 활성화 뿐만 아니라 문화적 부흥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잊혀져 가는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은 마치 봄을 맞아 오랫동안 손대지 않던 옷장 서랍 속에서 반가운 기억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난 보고서이지만, 오래된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시장 이야기보따리 2013

발행일 2014년 1월 31일
발행인 백종원
발행처 (재)서울디자인재단 시민디자인연구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283. 서울디자인지원센터 8층

www.seouldesign.or.kr
디자인 그래픽바이러스 www.graphicvirus.com


본 연구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는 모든 글과 사진의 무단 복제 및재편집, 출판, 상업적 활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활용 시 재단과의 사전 동의가 필요합니다. 


 

참여진

 

서울디자인재단  

신윤재 시민디자인연구소 팀장 

정영진 시민디자인연구소 주임 

최은정 시민디자인연구소 선임 

임덕환 시민디자인연구소 주임

 

공감기획단  

최은희 피쉬아이 대표, 기획자
강민경 인터렉션디자인, 대학원생
권다영 공업디자인, 대학생
김남윤 경영학, 대학생
김지현 뉴미디어디자인, 대학원생
안선희 컬러컨설턴트, 프리랜서디자이너
오인석 시각디자인, 대학생
이다솔 실내디자이너
이다희 인터렉션디자인, 대학원생
이은 소비자주거학, 대학생
이재호 공간디자인, 대학원생
이혜경 실내디자이너

 

전문집필진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연구위원, 경영학 박사
김종대 전 문전성시 사업단 단장,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류기태 피쉬아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류제홍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손영혜 PIDC-가천대학교퍼블릭디자인센터 연구실장, 전 문전성시 컨설턴트
윤성진 전 온양온천시장 사업단장, 주쥬스컴퍼니 예술감독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사회공헌연구실 수석위원

 

자문위원  

고영란 한성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과 교수
안형창 메타트렌드 이사
오창섭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장영호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공공디자인과 시설물디자인팀 팀장
전은경 월간디자인 편집장
최태혁 매거진B 편집장

 

목차

 

들어가며

전통시장과 공감기획단

기획자의 말

장보러 가다

전통시장 미션수행

시간시장 

나만의 상상속의 방 꾸며보기

내가 생각하는 1년 뒤 시장 모습

오래된 미래_미래를 예측하는 7가지 키워드

즐겁고 웃음이 가득한 전통시장을 

시장 안에서 ‘서로 되보기’

아시아 패션메카_100년, 그리고 새로운 동대문

동대문 패션시장의 패션디자이너를 만나다

시장박물관

전통시장 아이덴티티가 있기나 한 건가

시장유산 탐험을 하다

시장에서의 즐거운 걷기

시장에 가면

특별하고 수상한 시장에서의 즐거운 걷기

오손도손

시장과 이야기

시장에서의 대화

특별기고

전통시장 강소상인에게 배우는 지혜

대담

시장과 디자인

나가며

시장마실

 

들어가며

전통시장과 공감기획단

 

디자인공감에세이는 우리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 이슈를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하여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유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 중심의 공감 기획단과 그 분야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시민과 전문 가 상호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디자인공감에세이 의 핵심가 치입니다. 2012년에는 “길에서 만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디자인 공감에세이를 진행하였고 올해는 “전통시장 이야기 보따리”를 주제로 하여 공감기획단을 운영하였습니다. 시장의 생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과 대학 원생 등 시민을 중심으로 11인의 공감기획단이 꾸려 졌고 각 분야 전문가 7인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공감기획단은 서울디자인재단 시민디자인연구소에서 사전에 기획한 여섯 가지 활동 아이템을 각 조별 두 가지씩 수행하였고 공감기획단 각각의 활동 아이템과 전문분야의 접목을 위해 전문가 집필이 진행되었습니다.

공감기획단의 여섯 가지 활동아이템은 기존 전통시장 관련 사업들의 답습이 아닌 전통시장 본연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것은 추후 디자인공감에세이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의 큰 축이 되었습니다.

공감기획단의 각 조 구성은 조별 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조원들을 한 조로 구성하였고 이를 통해 조별 에세이의 다양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격주로 편성된 정기회의와 매주 진행된 기획진 회의, 그리고 각 조별 개별회의 등을 통해 공감기획단의 진행상황을 공유하였 습니다. 2013년 10월 25일 공감기획단 출범식 이후 동대문 DDP(Dongdaemun Design Park)주변 시장을 활동 범위로 설정하여 동대문 일대의 역사적, 문화적, 상권적 특성을 관찰 하였습니다. 동대문 상권은 우리나라 패션사업의 중심지이고 서민문화를 대변하며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으 로, 다양한 시장문화와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특색이 있었 습니다. 공감기획단은 스스로의 눈을 통해 시장을 탐험하고, 고민하며, 체득하여 대상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질문이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이슈가 산재해 있습니 다. 공감기획단은 누구나 손쉽게 디자인 이슈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 다. 공감기획단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더 발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획자의 글

장보러 가다

 

‘장 보러 가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장에 사러 간다는 말대신 장을 보러 간다는 말을 하는 걸까? 오래전부터 장에 간다는 것은 필요한 생활 물품들을 사러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보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을 보다’라는 말을 사용 하는 걸텐데.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예전부터 장에 가서 새로운 물건을 보고, 이웃 사람들도 보고, 약장수 공연도 보곤 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볼 것이참 많은 장소였다. 결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감상하고 감탄하고 욕망을 터뜨리는 장소이고, 사람들이 만나서 수다를 떠는 카페와 같은 장소이며, 선거 기간이 되면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정치적인 장소이다. 그래서 시장은 경제의 중심지요, 문화의 축척지요, 소통의 연결고리였다.

무언가를 보러가는 곳에서는 시각적인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발전해 간다. 물건을 펼쳐 보이기 위해서 상인들은 상점의 정체를 드러내는 다양한 도구들을 개발한다.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시장 디자인들은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 럽게 진화한다. 색색의 비닐봉투를 매달아놓은 색다른 디스 플레이, 각을 맞추어 진열하는 그들만의 질서, 손으로 써내 려간 골판지 가격표시판, 파리를 쫓기 위한 돌아가는 CD 모빌, 컬러풀한 천막 시스템 등. 장터를 돌아다니다보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 음식들은 한입에 쏙 들어가는 요즘말로 ‘행거푸드’가 대부분이다. 도넛, 핫도그, 풀빵, 뻥튀기 과자 등 이러한 길거리 카페에서 느껴 지는 식감은 대부분 시장의 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맛의 이미지가 시장의 포장마차나 신문지 포장지 등 시각적 인상과 함께 기억된다.

이렇게 많은 디자인이 복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옛날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장터이자 디자인의 중심지인 동대문 주변시장을 탐사하기 시작 했다. 젊은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디자인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다시 바라보면서 감탄과 후회를 동시에 내뱉게 되었다.

 

동대문 주변은 아주 오래된 서울의 중심 시장이다. 원단 시장 부터 다양한 패션 상가들이 즐비한 이곳은 언제부터 장보러 가는 문화가 형성된 것일까? 조선시대 군인들이 월급으로 받은 포목을 팔면서 주변에 다양한 일상용품을 파는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원단 상가로, 패션상가로, 건어물 시장으로, 완구시장으로, 벼룩시장으로 점점 더 큰 시장으로 번창하였다. 그래서 이곳에는 볼 것도, 살 것도, 먹을 것도 많은 오감만족형 상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동대문 패션 상가 앞에서는 연예인 버금가는 학생들의 춤판이 벌어지고, 벼룩시장 앞에서는 할아버지들의 삼삼오오 나들이 모임이 이루어지 고, 젊은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보고이며, 출출할 때 들러서 전과 막걸리를 한잔 걸치는 장소이다.

공간. 다양한 타깃들이 서로 다른 이동통로로 연결되는 동대문 시장 동선은 마치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짜여 있다. 그래서 그곳에는 숨어있는 보물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길을 잃기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만 동대문이라는 상징적인 나침반을 놓고 묘하게 잘 돌아다닌다. 하나의 통합된 지도가 없기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점 지도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시간. 아주 오래된 시장의 풍경들과 현대식 초고층 건물이 상충되는 이곳에서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천막사이로 떨어지는 시장에서 건어물 한 봉지를 사고 길을 건너가면, 오래된 아케이드를 맞이 하게 되고, 그 복잡한 노점들을 통과하여 작은 도로를 건너 가면, 이번엔 초고층 건축물과 맞닿게 된다. 10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하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러한 시간의 축척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우리의 동대문 시장이다.

상품. 동대문 시장은 원자재부터 반제품, 완성품까지 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용 후 다시 리사이클 되는 벼룩시장까지 완벽한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직접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프로슈머 1) 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시장 구조이다. 한국의 대표적 시장으로 동대문시장을 인식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의 상품들인 것이다. 상인.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한 사람들은 수십 년간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오랜 시간 장사를 통해 알게 된 수많은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고, 요즘 트렌드에도 민감한 이들은 시장의 역사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들이 몰고 다니는 단골들과의 경제적, 일상적 관계들이 시장을 활기차게 만든다.

80년대의 호황기와 IMF의 수난기를 겪으면서 점점 진화하는 상술은 일반적인 시장이 가지고 있는 전통시장의 방법들을 보다 훨씬 뛰어나다. 인터넷의 침범으로 인한 어려움에도 직접 인터넷 상점을 열어버리는 혁신적인 방법도 알고 있다.

물론 일부계층이긴 하지만 독창적인 상술로 벼락부자가 되기도 하는 이곳에서 한국전통시장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상인들로 구성된 독특한 상인 구조 때문이다.

동대문시장의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어려워질 것이 라는 불안감은 전통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의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불편하다고 여기는 이지점에서 디자인적인 문제가 중요해 진다. 아주 일상적인 안전과 위생의 문제부터 좀 더 세련된 휴식과 여가의 문제까지.

현재 전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중소상인들의 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문화 관광체육부에서는 ‘문전성시’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접목시킨 전통시장 활성화에 앞장을 섰고,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 원에서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장 만들기’라는 슬로건으로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을 시행중이다. 그런데 문화와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러한 시장 사업들은 왜 자꾸 비슷비슷한 시장들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지역성도 다르고 특산물도 다르고 사용하는 말도 다른 이러한 지역의 시장들은 앞을 다투어 자기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똑같은 물건을 팔고 똑같은 디자인을 사용 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와 상품을 활용 하여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독특한 시장들도 눈에 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는 장을 보러 간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장에 가는 사람들은 장을 보러가서 판매 하는 물건을 보고, 사람을 보고, 문화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느끼고 욕망을 터뜨려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시장에서 이것을 살지 저것을 살지 고민하면서도 이 집의 사과는 빨갛고 저 집의 사과는 좀 파랗다는 것을 인식하고, 저집의 생선은 빛이 나고 이 집의 생선은 오래되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옆집 아줌마인지 사우나집 주인인지 알아보고 서로 인사하고 수다를 떤다. 그곳에 동네 문화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마실’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시선과 관찰이 발생하는 이곳에서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모든 시장은 이름 없이 ‘동네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리라고 생각한다. 작은 요소들의 변화가 시장의 이미 지를 만들고 또 오고 싶은 장소로 변화시킨다. 길거리인 시장이 상점으로, 카페로, 공연장으로 융통성 있는 동네의 마당이 되는 것이 계속 장을 보러오게 하는 방법이다. 시장의 주인은 상인이 아니라 고객이고, 시장의 중심 장소는 상점이 아니라 거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 중간 영역에서 회색의 사람 들(익명의 사람들)이 독특한 시장의 문화를 인식할 때 그 시장의 이름이 회자되고 영원히 욕망의 장소로 살아남을 것이 다. 그래서 시장을 활성화할 때는 그 시장만의 디자인이 필요 하고 그 시장만의 디자이너가 함께 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장 활성화 사업은 경제관련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경제과 공무원, 시장상인들의 협의를 통해 경제적 리서치가 행해지고 사업의 방향이 결정된다. 모든 것이 결정된 후, 디자이너와 홍보 전문가들을 불러서 프로그램을 빨리 내놓으라고 한다. 그럼 다시 시장 조사에 들어가고, 회의를 하고, 시장의 특성을 구분하고, 디자인을 하고, 홍보를 한다. 문화행사를 하건, 간판을 만들건, 소식지를 만들건, 디스플레이를 바꾸건, 상품을 개발하건 간에 디자인이 안 닿는 부분이 있던 가? 하지만 마지막에 불러서 ‘빨리 개발해주세요’를 외치는 사업 관련자들과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지속적인 갈등과 고민이 발생한다. 물론 ‘빨리빨리’의 최고점인 이 상황에서 결과물도 만족스러울 수 없다. 시장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적, 미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디자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사업 초기에 디자이너와 결합하여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으로 서의 시장 디자인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시장의 변화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반면 시장을 바라보는 디자이너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마치 최첨단,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고귀한 그들에게 시장은 단지 일상적인 소비의 공간일 뿐이고 돈이 안 되는 디자 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처음 시장에 들어가면서 힘들었던 것은 시장 상인들의 불평도 아니었고,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아니었다. 주변 디자이너들이 백화점도 아니고 대형마트도 아닌 시장에 가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격이 떨어 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기가 생기고, 계속 관찰하고, 만들어내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디자인계의 내부적인 시선들 중에는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라는 이상한 논리와 함께 일상적인 삶에 녹아있는 디자인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24시간 중 8시간은 오피스에서, 10-12시간은 집에서, 나머지 4시간 중 길거리에서 반을 보내고, 목적형 장소에서 나머지 반을 사용한다. 길거리에 있는 시장은 크리스티안 미쿤다의 책 ‘제3의 공간’에서 말하는 일상적이면서 개인적인 특별함을 제공하는 ‘제3의공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디자이너들이여! 세상을 좀넓게 바라보고,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애정을 가져 보자. 특별한 식당이나 화려한 상점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일상 속에서 ‘마실’을 가는 곳을 만들어 보자. 진정 장을 보러갈 만하게 디자인해 보자.

그래서 11명의 디자이너들과 마케터들로 구성된 공감원들은 DDP(Dongdaemun Design Park)를 중심으로 동대문 주변의 시장을 탐험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발견한 시장의 이야 기들을 6개의 보따리로 구성하여 이 책에 고이 담아내었다. 

새롭고 유쾌한 공감원의 시선과 시장 관련 전문가들이 주고 받는 전통시장 이야기 보따리를 통해 미래의 시장 디자인 방향을 함께 찾아보자.

 

 


 




 

"전통시장이야기보따리 - 서울디자인재단, 2014"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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