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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사이트] "왜 이렇게 바뀌는 걸까?"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의 UIㆍUX 디자인 - 김동욱

“시민의 발, 디자인을 입다”

서울시가 서울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개편과 함께 발표한 슬로건이다. 이번에 서울시는 약 40여 년만에 새로운 디자인을 지하철 노선도에 적용할 예정이다. 1980년 4개 노선으로 시작해 현재 23개 노선으로 증가했으며, 주기적으로 노선이 추가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정이다.

지난 8월 서울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과 이용량이 평일 하루 600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이용객 증가세가 꾸준히 이뤄질 것을 전망하며 안전과 편의 증진 투자를 확대하고 노선 확충과 개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렇게 나날이 중요성이 커져가는 지하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존재가 바로 ‘지하철 노선도’다. 아무리 철도가 잘 깔려 있어도 노선도가 없으면 시민은 길을 찾을 수 없다.

실제로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선진국에서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 또는 주년 등의 기념일을 통해 꾸준히 지하철 노선도를 개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쿄 지하철의 경우, 2020 도쿄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친화적인 노선도 개편을 진행했고, 개편은 이용 승객수 증가로 이어졌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시가 발표한 새로운 지하철 노선도의 디자인과 그 의도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의 새로운 디자인(자료=서울시)



노선 형태 변경

새로운 노선에는 2호선을 원형으로 디자인해 시인성을 개선했다(자료=서울시)

이번에 서울시가 가장 먼저 언급한 지하철 노선도 요소는 ‘8선형 디자인’과 ‘원형 형태 적용’이다. 8선형 디자인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제표준 노선도 디자인으로, 수평·수직·45도 등의 대각선만 허용해 사용자의 인식을 돕는다.

또한 새로운 개선 노선도는 8선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부분적인 원형 형태 접목도 이뤄진다. 접목 대상이 된 호선은 바로 2호선이다. 새로운 노선도에서 2호선은 이제 기존의 직선이 아닌, 완전히 둥근 원형으로 표시된다. 서울의 외곽을 순환하면서 시민의 이동을 돕는 2호선의 역할을 둥근 원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지하철 노선도 원형 형태 도입은 해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이 이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부분적인 원형 형태 디자인 접목은 많은 요소 중 한 가지 차이점이 명확할 경우 시선이 집중되고 최종적으로는 기억에 각인된다는 유명 UI·UX 법칙 중 하나인 ‘폰 레스토프 효과’에 기인한 디자인이다.

실제로 모스크바 교통부 전 수석 디자이너이자 유명 노선도 디자이너인 콘스탄틴 코노발로프는 원형 형태 접목이 더 노선의 운행 형태를 기억하기 쉽고, 시각적 강조점을 추가해 지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며, 자신이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에 원형 형태를 애용하고 있는 이유를 전했다.

새로운 노선 형태에 대해 김현중 서울시 디자인 명예시장은 “개선된 지하철 노선도는 서울의 중심을 순환하는 2호선을 강조하여 노선도의 전체적인 식별성을 높여줌으로써 읽기 쉬운 도시(Legible City)가 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게 되고, 동시에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이번 노선도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를 의식한 변경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자료=모스크바 교통부)



지리 정보 추가

이번 노선도에는 한강, 바다 등의 지리 정보가 추가돼 관광 지도의 역할을 겸한다(자료=서울시)

새로운 개편 노선도의 또다른 주안점은 기존 지하철 노선도가 지하철 안내에 집중하던 것과 다르게, 지리 정보를 추가해 일반 지도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노선도에는 일반 지도처럼 도심과 외곽 지역에 대한 토지 경계선과 강, 바다 등의 주요 지리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지하철 이용객은 별도의 추가 지도 사용 없이도 실제 지도 상의 역 위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의 경우 바다와 경계선의 추가로 인해 제대로 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확인 가능하다. 특정 지역 외에도 한강 표현을 통해 한강이 관통해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되는 서울의 독특한 형태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리 정보 추가는 기존에 단순히 열차 이용객만을 위한 지도에서 서울 시민, 나아가 관광객까지 모두가 사용하는 지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해외 노선도 디자인과 견주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퀄리티의 디자인으로 외국인의 호응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지하철의 노선도를 개선함으로써 한국 방문시 길찾기가 쉬워지고 위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지하철 노선도의 관광 안내 목적을 강조했다.

지리 정보가 없던 기존 노선도의 공항 철도선(자료=인천공항)


색상 개편과 패턴 추가 그리고 표기법 개선

색상은 더욱 구분하기 쉬워진다(자료=서울시)

노선도 디자인 개편은 색상과 패턴에도 변화를 더했다. 새로운 노선도는 메인 전철과 경전철·도시철도·간선철도의 색상 및 선명도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변경해 시인성이 대폭 향상됐다.

또한 노선을 표시하는 선 표현 역시 각각의 노선의 굵기를 다르게 하고, 다양한 패턴을 추가함과 동시에 역번호와 노선을 동시 표기해 국내외 이용객 모두의 노선 식별성과 추적 용이성을 개선했다.

이러한 색상 변경과 패턴 추가는 고령층과 시각 약자층을 위한 배려 가이드라인을 적극 반영한 디자인 변경이다.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서울 지하철 이용 규모는 전체 승객의 15%에 달하며, 이러한 노년층은 노화로 인한 시력 감퇴 및 인지 능력 퇴보 등의 공통적인 문제로 인해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돼 특별한 디자인이 요구된다.

실제로 이미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UI·UX 가이드라인이 다수 존재하며,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지하철 노선도 개선을 주도한 서울시 역시 ‘다양한 데이터 유형별 지도 언어 표현의 효과에 대한 연구(Bert, 1983; Kennedy, 1999)’ 를 포함한 여러 논문과 연구 자료를 참고했음을 밝혔다.

 

환승 아이콘의 표현 방식 및 크기 변경 

환승 아이콘은 더 커진다(자료=서울시)

노선도 내부 아이콘도 바뀌었다. 그동안 일반 흰색 원과 태극 문양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던 환승역은 연결고리 신호등 방식으로 아이콘이 변경되었다. 그 결과 아이콘의 크기도 전체적으로 커졌다. 이러한 변화로 사용자는 어느 역에서 어느 노선 환승이 진행되는지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보단 아이콘을, 이미 사용 중인 아이콘은 더욱 크고 시선과 가깝게 배치하라는 ‘피츠의 법칙’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또한 서울시는 여러 랜드마크 아이콘을 노선도에 적용해 서울의 명소를 홍보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지리 정보 추가에 이어서 서울시가 지하철 노선도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최인규 디자인정책관은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에 맞춘 디자인을 적용해 글로벌 톱5 도시로의 성장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브랜드화해 다양한 홍보와 연계해 활용하고자 한다”라고 말하면서 지하철 노선도를 통한 관광 활성화는 물론 노선도 브랜드화까지 노리고 있음을 밝혔다.

 

우려와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이뤄진 개선 

(사진=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처)

상술한 것처럼 이번 지하철 노선도의 새로운 디자인은 모두 기존에 검증되고 활용되고 있던 UI·UX 디자인 법칙과 디자이너의 고심 끝에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용성이 없다면 산업에 접목시키기 어렵다.

실제로 새로운 노선도가 공개된 직후 단순히 오랫동안 쓰던 기존 노선도 대신 새로운 노선도를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부터 점차 노선도의 본질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디자인 노선도는 단순히 이론에만 의존한 채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이번 새로운 노선도 디자인의 경우, 20~30대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아이트래킹(Eye Tracking, 시선 추적) 기술을 통해 통계 분석, 실시간 이미지 촬영 분석 등의 방법을 이용해 실용성을 검증했다.

발표된 검증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 결과 역 찾기 소요 시간은 최대 55%, 환승역 길 찾기 소요 시간은 약 69%가량 눈에 띄게 개선됐다. 실험 참가자는 “2호선이 순환되는 모습이 눈에 잘 띄어서 다른 노선과 구별하기 쉽고, 지정역을 찾을 때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지역 내 경계 표시 덕분에 길을 찾기 쉬웠다”라고 답하면서 호평했다.


앞으로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인 증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번 노선도 개편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여러 우려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을 발표한 이후에도 피드백 수집과 시민과 업계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개선을 거쳐 올해 말에 최종 디자인을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서울 지하철은 꾸준히 스스로를 시민의 발이라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의 발에 어떤 디자인이라는 신발을 입힐지는 시민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새로운 노선도의 디자인에 대한 건의는 서울 특별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글 : 김동욱 기자 

출처 : 지털인사이트 ditoday.com

원문 : ditoday.com/%ec%99%9c-%ec%9d%b4%eb%a0%87%ea%b2%8c-%eb%b0%94%eb%80%8c%eb%8a%94-%ea%b1%b8%ea%b9%8c-%ec%83%88%eb%a1%9c%ec%9a%b4-%ec%84%9c%ec%9a%b8-%ec%a7%80%ed%95%98%ec%b2%a0-%eb%85%b8%ec%84%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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