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국내 디자인 뉴스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패션포스트]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 이우섭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영캐주얼 브랜드 LMR 샹뇽이 키링> 

 

 

2000년대 초 도어락 보급과 함께 열쇠의 쓰임이 줄어들면서 자취를 감추었던 ‘키링’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의류 패션 브랜드까지 잇달아 키링을 내놓고 있다.

 

객단가도 낮은 키링이 무슨 매출에 도움이 되겠어?’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한 패션 브랜드 중에서 키링 판매량이 월 몇 천개에 달하거나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기도 한다고. 패션 브랜드들이 키링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현재 키링은 열쇠가 아닌 백팩, 토드백 등 가방에 메다는 포인트 아이템이나 소장용으로 쓰인다. 

 

개중에서 인기 제품은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나 신규 캐릭터를 3D로 구현한 인형 모양의 키링. 15x10cm 크기의 한 손에 들어오는 아기자기한 키링이 10~20대 여성 고객의 지갑을 열고 있다. 

 

또한 키링은 단품 자체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형을 꾸미는 선글라스, 옷 등 코디 아이템까지 세트로 판매되고 있어 미끼 상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가방이 메인인 잡화 브랜드의 키링 출시는 최근 키링 열풍과 별개로 지속해서 이어져 왔다.

 

특히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명품브랜드의 경우 가격이 높은 가방보다 비교적 저렴한 지갑이나 키링이 가격대비 합리적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에겐 대체 상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현재 키링 열풍의 소비 심리는 조금 다르다. 브랜드의 충성도에 비롯된 구매보다는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제품 역시 가방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보다 엉뚱하면서 아기자기한 캐릭터 인형의 키링 제품과 같이 개성이 강한 제품이다.

 

이에 패션 브랜드 시장의 경우에는 키링 열풍의 주역이 젊은 세대의 수요가 높은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이 되고 있다.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시계방향으로 엘엠알, 밀로 아카이브, 카비시 브랜드의 키링. >

 

 

열쇠고리가 왜 유행할까 

키링 인기의 원인을 명확하게 하나로 꼽기는 어렵다. 다만 ‘키덜트’족의 소비 심리를 건드렸다는 주장과 10대 후반 20대 중반 여성을 중심으로 성장한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트렌드의 수혜를 봤다는 추측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트렌드 확산의 중심에는 인플루언서, 셀럽들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도 아이돌 그룹 뉴진스 혜인, 블랙핑크 지수, 르세라핌의 허윤진 등 뿐만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가방을 키링이나 다른 장식을 활용해 꾸민 모습을 게재했다. 

 

다만 항상 존재했던 설렙의 바이럴 마케팅이 키링 확산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교적 저렴한 3~4만 원 대의 키링이 고물가 시대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의 그들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방 소비 패턴이 키링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키링의 주요 고객층의 가방 소비 패턴은 명품 아니면 가성비를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품은 아니지만 고품질을 지향하는 중저가 브랜드보다 유행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가심비의 초점을 둔 가방 브랜드는 독특한 패턴보다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기에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에 개성 표현하는 수단으로 키링의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키링을 출시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키링 주력 소비자들이 가방 소비 패턴이 명품 아니면 대중성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독특한 인형 키링이 남들과 차별화를 주는 표현의 수단으로써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키링의 파급력은?

키링의 파급력을 단편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모남희다. 모남희는 와인과 푸드, 밀키트, 테이블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내추럴 와인숍이다. 와인숍에서 출시한 모남희 키링이 품절 대란이 일고 있다. 

 

이에 패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유통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모남희는 지난해 9월 GS 리테일과 상품 개발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을 운영하는 RXC와 단독 협업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패션사와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모남희와 협업한 패션 몰과 브랜드로는 10꼬르소 꼬모, 아모레몰, 에스티유, 손흥민 선수의 브랜드 NOS7 등이다. 

 

리세일 패션 플랫폼 크림을 기준으로 평균 가격은 5만대로, 10만 원 대를 웃도는 제품도 있다. 또한 한정 발매 제품의 특성상 판매가보다 3만 원 이상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키링 열풍은 지난해 여성 중심의 패션 플랫폼 기업의 판매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에이블리가 지난해 여름 발간한 여름 패션 트렌드 키워드에 따르면 작년 6월 에이블리 ‘인형&토이’ 품목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었다. 

 

키링 관련 키워드 검색량의 경우 키링 품목은 105% 증가, 인형 키링은 590%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패션 플랫폼 W컨셉의 경우에도 키링의 판매 실적이 늘었다. 

 

W컨셉의 작년 6월 판매 데이터에 빠르면 백팩, 키링 등 키링 패션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로 늘었다.

 

같은 달 플랫폼 내 ‘가방 액세서리’ 행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모남희 키링을 판매 중인 리셀 플랫폼 크림 사이트 갈무리>

 

 

협업 넘어 직접 뛰어든다

이처럼 키링의 수요가 높아지자 패션 브랜드들이 유명 키링 업체와의 협업을 넘어, 자체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어 키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핵심 고객층인 1020세계 여성 고객을 보유한 여성 캐주얼이나 스트리트 브랜드의 제품이 강세다. 

 

제우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엘엠알은 작년 봄 시즌 론칭한 영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상반기 인형 키링 제품을 출시했다. 고양이 캐릭터인 ‘샹뇽이’를 인형으로 구현한 키링 제품이다.

 

샹뇽이 키링은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상승, 현재 판매량은 월 4~5천여개로 전체 매출 비중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샹뇽이’는 비속어로 들릴 수 있는 점을 유도해 B급 유머를 겨냥한 이름으로 실제 고양이 털과 비슷한 촉감의 소재를 활용한 점이 고객들의 마음을 잡았다.

 

블랙, 브라운, 화이트 3가지 컬러 중 블랙 컬러 제품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키링 카테고리의 상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인형 키링 뿐만 아니라 별도의 코디 아이템인 목걸이, 메이드복도 판매하고 있다. 

 

추후 키링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캐릭터와 비슷한 ‘샹뇽이 프렌즈’ 출시를 기획 중이다. 또한 다음 달 더현대서울의 편집숍 피어에서 컬렉션과 키링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키링 제품이 강세다. 메디쿼터스가 전개하는 카비시는 지난 하반기 ‘메가 싸이클론 키링’을 출시했다.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걸맞게 고양이가 악기인 기타를 들고 있는 인형이다. 

 

해당 제품은 초기 제작한 300개가 단기간에 품절됐고 이후 생산 수량을 1000개가량으로 늘려 리오더를 진행하고 있다. 

 

카비시의 고양이 키링은 지난해 춘하 시즌 출시한 반팔티의 프린팅된 고양이를 3D 업체와 함께 구현한 제품이다. 

 

카비시 관계자는 “시즌 매출을 견인했던 제품의 프린팅에 활용된 고양이 캐릭터를 키링으로 출시하자 기존 고객들에게 빨리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우스바이하우스가 전개하는 컨템 캐주얼 밀로 아카이브는 지난해 11월 더현대서울 팝업과 함께 키링 제품을 출시했다. 

 

‘플러피 포인트 베어 키링’은 곰돌이 캐릭터가 밀로 아카이브 로고가 들어간 반팔을 입고 있는 곰인형 키링으로 6컬러 출시됐다. 

 

생산량은 컬러 당 5백여개로 소진율은 출시 3개월만에 50%에 달한다. 

 

밀로 아카이브는 키링 카테고리를 넘어 브랜드 캐릭터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올해 상반기 해당 곰인형을 빅사이즈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다.

 

생산 공장 경쟁 점화 … 선점 중요

인형 키링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시즌과 관계없이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시즌으로 전개하는 사업 특성상 의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값을 주고 판매하기 어렵다는 점과 비교해 키링은 사계절 내내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판매 기간을 한 시즌으로 제한하지 않는 만큼 재고 부담이 낮기에 생산량을 늘려 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판매만 이뤄진다면 브랜드의 고질적인 고민인 비수기의 매출 공백을 채워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의류보다 판매가 배수가 크고, 체형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CS면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키링의 판매가 배수는 평균 3.5~4배 정도다. 

 

하지만 키링은 매출보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하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평가가 많다. 패션 브랜드가 출시한 키링 제품의 판매 가격은 3만 원 안팎이다. 

 

객단가가 낮기에 극적인 매출의 창출이 아닌 브랜드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데 더 강점이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키링이 더 효과적이다. 의류는 시즌 컬렉션의 수많은 제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면서 “하지만 인형 키링은 아이템 특성상 작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신규 고객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매에 있어 의류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브랜드 대다수가 오픈 이벤트 상품으로 내놓는 굿즈 상품에 키링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프라인에 처음 진출하는 브랜드의 경우 그 효과는 더 크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나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제품을 둘러보다 결국 카운터 앞에 있는 비교적 저렴한 키링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키링 구매가 의류 구매까지 이어지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키링을 구매한 고객 중 20%정도가 모자, 스카프 등 잡화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으로 확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카비시 키링 제품 화보>


 

최근 2년 사이 키링의 수요가 높아지자 생산 공장을 찾는 패션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키링 판매율이 높은 브랜드의 생산 업체를 찾아가 최소 생산량을 물어보는 일도 많다고 한다. 

 

또한 리오더 방식으로 생산하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플랫폼을 제외한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판매하는 브랜드도 있었다. 

 

배상식 제우인터내셔날 사업 본부장은 “인형이나 키링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은 한계가 있는데 관심이 쏠리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샹뇽이 키링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 단계에 힘을 주기보다 한발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열쇠는 없어져도  ‘열쇠고리’는 영원히
 

 

 

 

키링도 결국 브랜딩

키링을 출시하는 패션 브랜드는 굿즈 카테고리의 제품을 다각화하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사업 특성상 키링의 수요도 단숨에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키링 사업의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브랜딩을 강화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키링의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20대 중반에서 10대로 점점 낮아지며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키링 한 제품만으로 사업 지속성은 낮다고 판단해 키링과 비슷한 굿즈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키링을 출시하는 브랜드는 고객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것을 한편으론 경계하고 있다. 

 

고객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객단가를 상향 조정할수 없고, 올리게 될 경우 가격 저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가 키링을 제작할 때 의류에 활용되는 캐릭터나 로고를 착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해 일부 브랜드는 키링 사업과 의류 사업을 독립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키링은 패션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액세서리 혹은 굿즈 카테고리 중 피혁 제품을 제외하면 꽤 효율이 높은 편이다.

 

판매가 배수도 높을뿐더러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키링의 주요 고객이 관심이 빠르게 변하는 젊은 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키링 열풍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염려도 나온다. 

 

하지만 의류를 제외한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키링을 대체할 다음 아이템은 무엇이고 빠르게 선점하는 브랜드는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글 : 이우섭 기자

출처 : 패션포스트 fpost.co.kr

원문 : 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special&wr_id=1344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