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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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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극장] 제 1막, 디자이너의 권리







“디자인에 관한 권리”는 좀더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포괄적이고 거기에는 다종다양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보호법 혹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두 법률의 보호망은 생각보다 작다. 그렇다면 다른 법률을 찾아서 보호망을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 나름 괜찮은 시도이긴 하다. 그렇지만 법률이라는 것은 모종의 결과를 전제하는 성격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디자인에 관한 권리”가 논해질 때, 전문가들도 결과를 주로 따지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의 결과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런 전통적인 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디자인이라는 창작물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여러 가지 과정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 문제다. 여기서는 “디자이너의 권리”를 다룬다. 법제도의 관점으로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따지기보다는,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현실과 권리를 함께 다룬다.

사람의 관점으로 법적인 이야기를 할 때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법은 좋은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반면에 두 번째 원칙은 법이 언제나 솔루션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원칙에서 균형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균형 어딘가에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법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 법의 규정 중에는 강제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임의 규정도 있기 때문이다. 법전만이 합리성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사회 관계의 규범과 시장에서의 약속 또한 대개 합리성에 뿌리를 둔다. 게다가 합리성만이 인간의 사고와 행위를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욕망이나 심리 행위와 같이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큰 힘을 지니는 것도 있다. 개인적 요소, 사회적 요소 그리고 법률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서 디자이너의 권리를 다룬다.


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권리를 가졌다고 했을 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 창작물에 대해 모종의 권리를 지녔다고 기대한다. 그리고 존중받기를 원하고 이따금 권리 행사를 결심한다. 그 혹은 그녀에게 권리란 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다보면 우리는 어느덧 난해한 법률용어와 복잡한 법률 시스템을 만난다. 어렵게 정리한 법리 지식은 수학공식처럼 금세 잊혀진다. 유감스럽게도 디자이너의 권리는 엔지니어의 권리보다 훨씬 복잡하다. 왜냐하면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여러 분야에서 다의적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함부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또한 디자인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기술에 대한 권리보다 난해하다. 보호제도들이 이곳저곳 퍼져 있어서 산만하고, 저마다 제한적인 보호만을 고집하는데다가 때때로 디자인 보호에 침묵하는 공백 영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복잡하고 난해한 매듭을 풀기 위해서 디자인 극장을 개봉한다. 여섯 사람을 디자인 극장의 무대 위로 올릴 것이다. 이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낼 터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에는 반드시 타자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함께 생각할 때 비로소 자신의 권리가 입체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까닭에, 디자이너의 권리를 생각함에 있어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의 권리까지 살펴본다. 정우성은 소비자다. 홍길동은 디자인X가 들어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 임꺽정은 디자인 X 제품을 만들어서 홍길동에게 납품한다. 성춘향은 디자인 X의 디자이너다. 장길산도 디자이너이지만 성춘향 밑에서 일한다. 황진이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우선 이렇게 단순하게 배역을 정해놓고서 다양하게 배역을 변조할 것이다. 소속이나 고용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사업의 규모에 따른 변조와 유명함에 따른 변조도 생길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권리 또한 다양하게 변조된다.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 권리는 소유권이다. 소비자 정우성은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정우성은 스마트폰의 소유자다. 정우성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스마트폰을 함부로 만지거나 슬쩍 훔쳐갈 수 없다. 남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일종의 사건을 뜻한다. 절도 현장이라면 정우성은 힘을 써서 자기 구제할 수 있다. 증거가 내세우면서 정우성은 국가에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소유권은 완전한 것이며 제한이 없다. 그러므로 소유권자는 타인의 불법부당한 간섭과 침해를 온전히 배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완전성과 배타성은 소유의 대상이 물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우성이 소유물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 스마트폰을 시장에서 정당하게 구매했다는 사실이 진실인 한, 누구도 스마트폰에 대한 정우성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없다. 물론 정우성의 자유 의지에 따라 가끔 소유권이 제한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남에게 스마트폰을 빌려줄 수도 있고(임대), 스마트폰의 경제적 가치를 걸면서 남에게 돈을 빌어 쓸 수도 있다(담보). 이와 같은 소유권을 이해하는 데 여러분은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눈에 보이는 물건에 관한 소유권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사에는 그런 단순한 소유권조차 개인의 신분에 의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18-19세기의 유럽 사람들은 정치혁명을 통해서 소유권의 완전성을 회복하였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공업소유권(Industrial Properties)이 그것이다. 산업의 발전은 오늘날 이런 권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핵심은 “소유권”이라는 표현에 있다. 특허권자, 상표권자, 디자인권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에 대해서 자신의 독점권을 주장할 때에는, 마치 물건에 관한 소유권처럼, 완전하고 배타적인 독점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완전하고 배타적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정당한 의문이다. 그래서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지적소유권은 늘 갑론을박이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정우성이 자기 물건을 손에 꼭 쥐고 있는 한 그의 소유권은 한결같이 유지된다. 그러나 지적소유권은 느닷없이 무효가 되곤 한다. 배타적이지만 완전하지 못하다. 지적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변론을 일삼고,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친 탐욕을 탓한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그 또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 이와 같은 배타적인 소유권을 보장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디자인에 대해 제값을 지불하기를 바라는 것인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렇게 배타적이며 절대적인 성격의 소유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권리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채권이 있다. 그것의 핵심은 “약속”이며, 개인 간의 사회적인 책임이다. 그리고 저작권이 있다. 그것의 핵심은 복제할 권리다(물론 “복제”의 의미는 최광의로 해석된다). 그밖에 권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호받기는 어려운 기대권 같은 것도 있겠다.





디자이너 성춘향은 별도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조사 임꺽정이 디자인 X에 대해 성춘향에게 외주의뢰를 하는 경우에, 소유권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몇몇 전문가는 성급히 디자인 X의 창작자가 성춘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디자이너의 권리를 중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인 생각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태도가 별로 현실적이지 않음을 직감할 것이다. 임꺽정은 성춘향에게 발주를 한 것이다. 임꺽정은 성춘향에게 대금을 지불한다. 성춘향은 그 대가로 디자인 X를 임꺽정에게 제공한다. 쌍방 간의 이런 의무를 우리는 계약이라고 부른다. 계약은 당사자에게는 법률로 작용한다. 사인 간의 계약과 법률의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에, 지독하게 비합리적이지 않는 한 계약이 앞선다. 성춘향이 임꺽정에게 디자인 X를 납품할 때 그 소유권은 임꺽정에게 넘어간다. 지적소유권이 문제가 된다. 특허, 디자인등록, 저작권 등의 권리 귀속 문제가 생긴다. 그 권리의 향방은 다음과 같다 :
 
 

계약서에 디자인X의 지적소유권이 임꺽정에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면 임꺽정이 그 권리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계약한다. 디자인등록이나 특허출원도 임꺽정이 행하며, 그 디자인 X가 유명해졌을 때의 재산에 관한 모든 법적 이익을 임꺽정이 갖는다. 디자인 X가 저작권을 동반한다면 저작재산권이 임꺽정에게 양도된다.
 
 

계약서에 디자인X의 지적소유권이 성춘향에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면 성춘향이 그 권리를 갖고 임꺽정은 사용권을 갖는다. 현실에서는 아마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예컨대 디자이너 성춘향이 매우 유명하거나 유능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경우라든지, 아니면 임꺽정의 발주에 의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디자인 X가 완성되어 있는 경우이거나 혹은 디자인 X가 제품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가치가 있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디자인X에 대한 지적소유권 귀속 문제가 계약서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특별한 상황이 아닌한, 디자인 X에 대한 소유권은 임꺽정이 갖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해석은 다수 전문가의 견해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적소유권의 귀속에 관해서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외주 발주와 납품이라는 관계에서는, 디자이너 성춘향이 디자인X의 소유권을 임꺽정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상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제조사 임꺽정은 디자이너 성춘향의 고객이자 소비자이다. 성춘향은 임꺽정에게 자신의 제품을 판 것이다. 시장에서 무엇인가를 팔았다면 그 무엇에 대한 소유권도 함께 이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거래의 통념이다. 소비자 정우성이 스마트폰을 정당하게 구입했다면 완전하고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성춘향이 디자이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임꺽정의 발주가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디자인 X의 개발이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성춘향이 임꺽정 몰래 디자인등록을 하거나 특허권을 신청하는 것은 암묵적 합의를 지키지 않은 행위이므로 잘못이다. 이를 거꾸로 해석한다면 창작자의 권리보호라는 명목은 좋을지언정 시장의 순리에 맞지 않아서 비현실적이 된다. 상호 불신이 생기고, 분쟁 발생의 요인이 된다. 반대 논리에 따르면, 성춘향이 다른 디자이너인 장길산에게 디자인 X의 하도급을 주는 경우에, 디자인 X의 권리자는 디자인 발주 의뢰자인 임꺽정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장길산에게 돌아가는 모순이 생긴다. 그러므로 계약의 규정이 없더라도, 임꺽정이 CI/BI 로고 디자인을 외주 디자이너 성춘향에게 의뢰했는데 성춘향이 몰래 그 디자인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하는 행위는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꺽정이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을 성춘향에게 의뢰했는데 성춘향이 몰래 그 디자인에 대해 특허신청을 하는 행위는 악의적이다. 이런 부정과 악의는 시장을 교란한다. 
 
 

임꺽정과 성춘향은 발주 계약이 아니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디자인 X를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여 공동으로 개발하는 비즈니스이다. 이 경우 디자인 X에 대한 소유권을 공동 권리로 할 수 있다. 이런 협업에서는 장차 임꺽정과 충돌하지 않는 분야에서 성춘향이 단독으로 디자인 X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보장이 중요하다.  
 
 

임꺽정의 영업활동으로 디자인 X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졌다면 소비자는 그 디자인 X의 출처를 임꺽정으로 인식한다. 타인이 부정하게 디자인 X를 모방하는 경우에, 이 부정행위의 침해를 받은 자는 디자이너 성춘향이 아니라, 임꺽정이 된다. 임꺽정이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면서 그 모방에 대처할 수 있다.





디자인 창작물이 언제 완성되었는지 여부는 디자이너의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 임꺽정이 디자이너 성춘향에게 발주 외주를 하는 경우에 아직 디자인 창작물이 없었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권리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다. 성춘향은 개발 중인 디자인 X에 대한 정보를 임꺽정 허락 없이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 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이익을 위해 디자인 X를 중복 판매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미 디자인 창작물이 완성되어 있고 임꺽정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 디자인 창작물을 요청하였다면 디자이너 성춘향은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좀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다. 물론 임꺽정의 발주와 무관하게 디자인 X에 대한 지적소유권을 성춘향이 미리 등록해 놓을 수도 있으며, 그런 점이 성춘향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다. 임꺽정은 디자인 X의 사용에 관한 권한(때때로 독점적인 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디자인 X에 관련한 모든 소유권을 임꺽정에게 양도한다는 명시적인 계약 규정이 없는 한, 제삼사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디자이너 성춘향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디자이너 성춘향이 제조사 임꺽정과 근로계약을 맺고 디자인 X를 개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내 디자이너 이야기다.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자연스럽게 회사인 임꺽정이 갖는다.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디자이너 성춘향은 디자인 X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은 디자인 X가 회사의 직무와 전혀 상관이 없다거나, 회사가 관심을 두지 않고 사용을 거부한 경우라거나 혹은 회사의 지적소유권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디자이너 성춘향이 마음껏 권리취득 행위를 하는 경우(장차 분쟁의 소지가 있다) 등이다. 디자인 X가 기능적인 구성을 포함하고, 그 때문에 특허권을 신청할 때의 소유권자 또한 회사 임꺽정이 된다.

디자이너 성춘향이 디자인 X를 개발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이며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임꺽정과 근로계약을 맺었고 또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디자이너 성춘향의 직속 부하인 디자이너 장길산이 디자인 X를 성춘향의 지시로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권리는 회사가 갖는다. 회사가 갖는 권리는, 특허, 디자인, 상푱와 같은 공업소유권과 저작권을 포함한다. 회사가 디자이너 X에 대해서 얼마를 보상해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발명보상금에 준해서 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회사에게 있다고 주장할 테지만, 그와 같은 경제적 이익은 디자이너 성춘향이나 장길산의 급여와 근무조건에서 상당수 실현되며, 회사의 물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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